삼국지처럼 게임 시장에서 오랜 기간 활용되는 IP가 또 있을까.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게임이 쏟아져나왔고 이를 모두 기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은 단연 코에이테크모가 개발한 전략 시뮬레이션 삼국지 시리즈다. 특유의 게임성과 인상적인 일러스트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됐고 이후 출시되는 모든 삼국지 소재의 게임은 이 게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가 자사의 전략 시뮬레이션 토탈워의 최신작을 삼국지를 소재로 개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려가 많았던 것도 이에 기인한다. 토탈워라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게임이 코에이테크모의 삼국지와 비교되며 평가절하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그리고 서구권 개발사가 삼국지 IP가 지닌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고 게임 콘텐츠로 살려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탈워 삼국은 코에이테크모 삼국지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게임이다. 오랜 기간 갈고 닦으며 일가를 이룬 토탈워 시리즈 특유의 대규모 전투 시스템은 적벽대전으로 대표할 수 있는 삼국지의 대규모 전투를 표현하는데 최적의 효과를 냈다.
여기에 캐릭터의 개성을 최대한 절제하는 묘사를 했던 기존 토탈워 시리즈와는 달리 인물의 성격이나 상징적인 무기를 부각해 삼국지의 인기 요인인 인물 묘사에도 공을 들였다. 개발사가 삼국지의 인기 요인이 무엇인지를 적절하게 분석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각 인물의 성향에 따라 관계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이를 기반으로 합종연횡이 일어나 국가 정세에도 영향을 주도록 게임이 구성되어 있다. 성향이 맞지 않는 인물과 접촉하게 되면 일부러 상대를 자극하지 않아도 관계가 틀어지고 이 때문에 국가 운영에 다양한 변수가 만들어지는 식이다.
토탈워라는 이름만 보면 게임의 전투 묘사에만 공을 들인 게임으로 보이지만 실상 토탈워 삼국에서 중요한 것은 내정과 외교다. 특히 내정과 외교를 시행하다보면 실제로 있을 법한 일들을 만나게 된다.
강한 세력을 지닌 인접국에서 화친이라는 명분 하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기도 하고 멀리 떨어진 강대국의 거듭된 공물 요구를 거절하면 이용자의 영지 바로 앞에 군대를 주둔시키기도 한다. 동맹국인 줄 알았던 국가가 알고보니 이용자의 적대국과 몰래 화친을 맺고 갑자기 태도를 바꿔 적대적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토탈워 삼국은 지금까지 출시된 전략 시뮬레이션을 통틀어 가장 다양한 상황을 만날 수 있는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치밀하게 공을 들인 끝에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이용자의 전황 파악 능력과 적절한 군사 배치 능력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된다. 고급 유닛을 마냥 많이 뽑아서 숫자로 밀어붙이는 식의 전투는 토탈워 삼국에서 패배로 이어질 뿐이다.
국가 업그레이드가 한창 이뤄진 후에야 고급 유닛을 뽑을 수 있는 여느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달리 토탈워 삼국은 처음부터 고급 유닛을 뽑을 수 있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쓰는 것은 쉽지 않다. 호표기를 잔뜩 뽑아서 적진에 달려들었는데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 하고 물러서는 경험을 몇 번 거치고 나면 이 게임이 지금껏 접했던 삼국지 게임과는 확실히 다른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이런 특징은 게임의 난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전략 시뮬레이션 초심자에게는 무척 높은 허들로 작용한다. 초반 튜토리얼 역시 투박하게 구성된 편이어서 이용자는 인공지능에게 몇 시간 정도 인공지능에게 괴롭힘을 당할 수 밖에 없다. 인터페이스 역시 다듬어지지 않아 적응에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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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삼국지의 특징적인 이벤트나 대표적인 전투 재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과 일찌감치 실존 인물이 사망해 게임 중반이 지나면 온통 게임 내 생성 인물로만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는 점도 삼국지의 매력이 여러 인물들이 이끄는 서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토탈워 삼국은 삼국지를 100% 재현한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삼국지를 소재로 한 게임도 전략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는 점에서는 무척 인상적이다. 인공지능과 다양한 수싸움을 펼쳐보고 싶은 이용자에게 최적의 게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