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의 출시를 연기했다. 완성도를 높여 수주일 내 출시 일정을 재공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실추된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할 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3일 뉴스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내부 테스트 결과,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갤럭시 폴드 출시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출시 시점은 수 주 내에 다시 공지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회수한 제품을 검사해보니 접히는 부분의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기기 내부에서 발견된 이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이 발견됐다"며 "이에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디스플레이 손상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외신 "연기 결정 옳지만, 이미지 훼손 불가피"
진정한 폴더블폰 등장에 삼성전자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거리였다. 폴더블폰이란 스마트폰의 새 카테고리를 여는 제품인 만큼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미국 리뷰어에게 제공된 기기에서 여러 결함이 발견됐고, 갤럭시노트7 이후 또다시 삼성전자 휴대폰에 대한 신뢰에 흠집을 내고 말았다.
삼성전자의 출시 연기 결정에 외신은 대체적으로 '잘한 결정'이란 평가다. 그러나 완성도 낮은 제품을 성급히 내놨다는 이미지 손상을 피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내린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결함 기기들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더 심각한 문제를 겪는 것을 피하도록 막아줄 것"이라며 "과거 갤럭시노트7 사태는 당시 삼성전자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혔고 명성을 훼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씨넷은 "삼성전자에게 출시 연기는 꽤 나쁜 일이지만, 갤럭시 폴드의 스크린 결함은 2016년 갤럭시 노트7 발화만큼 위험하진 않다"며 "초기에 발견된 결함은 삼성의 혁신 역량에 물음표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업계 시선은 향후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출시 일정으로 쏠린다.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를 접는 부분의 틈을 메우는 정도는 어렵지 않은 기술이라 본다. 한 전문가는 "설계를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게 아니므로 수주일 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테스트를 더 강화해야 하는 만큼 1~2개월 뒤에야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은 조급했나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맹추격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다. 업계는 2020년 화웨이가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웨이와 삼성전자의 경쟁은 판매량에서 기술력으로 옮겨 붙었다. 화웨이 폴더블폰인 메이트X 출시가 올해 6~7월로 예고되면서다. 메이트X는 갤럭시 폴드와 정반대인 아웃폴딩 방식으로 설계됐다. 화웨이가 삼성보다 먼저 폴더블폰을 출시할 경우 삼성전자의 '압도적 하드웨어 기술력'이란 이미지는 빛을 잃을 수 있다.
화웨이뿐 아니라 폴더블폰으로 재탄생하는 모토로라 레이저 신제품도 있다. 샤오미는 3단으로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을 준비중이다. 중국 스타트업 욜로의 플렉스파이는 세계최초 폴더블폰의 지위를 가져갔다. 삼성전자가 화웨이 등 경쟁자를 의식해 출시일정을 무리하게 잡았다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폴드는 매출 측면보다 초격차 이미지 획득을 기대하는 제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갤럭시 폴드 리뷰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는 세가지다.
먼저 리뷰어들이 제거하지 말아야할 갤럭시 폴드 메인화면의 보호막을 떼내며 발생한 꺼짐 현상이다. 두번째로 스크린 하단으로 침투한 이물질이 돌출과 파손을 유발하는 현상이다. 세번째로 알수 없는 이유로 화면 한쪽이 꺼져버리는 현상이다.
비판적 시각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의 잠재적 결함을 발견하고도 무시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사용 이틀 만에 발견될 정도의 결함인데 사전 테스트 과정에서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의 한 전문가는 "출시 일정을 무리하게 확정하고 내부 엔지니어의 결함 보고를 눈감았을 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삼성전자의 품질관리역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므로, 사태가 더 중대해진다"고 말했다.
갤럭시 노트7 발화사태와 비교해 갤럭시 폴드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은 한결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문제제기 초기 리뷰어의 잘못된 사용에 책임을 넘겼던 태도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경쟁자는 기회와 공짜 학습효과 얻어
삼성전자는 스스로 한발 물러남으로써 품질을 높일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삼성은 보호막을 포함한 디스플레이 사용 가이드를 강화하고, 화면 보호를 강화할 수단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화면 문제로 불만을 제기했을 경우를 위한 새 대응절차를 기술지원조직에 교육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이란 새 모바일 카테고리를 여는 선도적인 제품에 대한 신뢰도 훼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갤럭시 폴드는 2000달러 수준의 초고가 스마트폰이다. 화웨이 메이트X는 2600달러로 더 비싸다. 모토로라 레이저는 1500달러로 예상된다. 일반 소비자가 쉽게 지갑을 열기 어려운 만큼 얼리어답터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갤럭시 폴드가 말썽을 겪으면서 화웨이, TCL(모토로라), 샤오미 등 후발주자는 이미지 전복의 기회를 얻었다. 메이트X나 모토로라 레이저가 얼리어답터와 개발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경우 전과(?)를 안고 시작한 삼성전자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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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화웨이 메이트X도 삼성전자에게 가해졌던 가혹한 실험을 피할 수 없다. 럭셔리 제품 시장은 높은 가격만큼 완성도와 견고함을 핵심으로 본다. 폴더블폰을 내놓지 않은 애플, LG전자 등은 시장의 매서운 선례를 공짜로 경험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사례를 통해 소비자의 기대수준과 개발 방향성을 파악하게 됐다.
미국 씨넷은 "폴더블폰 경주에서 승리는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며 "승자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