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춰진 갤럭시 폴드, 소비자 신뢰가 관건 됐다

"판매량이나 수익성보다 선도성 입증하는 게 중요"

홈&모바일입력 :2019/04/23 17:35    수정: 2019/04/23 17:41

삼성전자가 결함 논란에 휩싸인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의 출시를 연기하기로 한 것은 소비자 신뢰를 최우선에 둔 결정으로 분석된다.

흠이 발견된 만큼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품질을 최대한 끌어올려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사용자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22일(현지시간) 뉴스룸을 통해 이번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갤럭시 폴드의 글로벌 출시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갤럭시 폴드는 당초 오는 26일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순차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연기 결정에 따라 최소한 몇 주가 지난 이후에야 새로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갤럭시 폴드가 공개된 건 지난 2월20일이었다. 세계 모바일박람회를 고작 닷새 앞두고 언팩 행사를 연 것은 5G와 폴더블 신기술 이슈를 점하고 브랜드 혁신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신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조기 출시' 전략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으며, 다음 타자는 갤럭시 폴드였다.

현재로썬 갤럭시 폴드의 최대 경쟁작은 화웨이의 메이트X다. 화웨이는 이르면 오는 6~7월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메이트X 출시가 오는 9월로 미뤄진다는 루머가 있었지만, 중국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 관계자는 이에 "사실이 아니며 예정대로 오는 6월 상용화할 계획이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 폴드 출시 연기를 확정하기 전에 화웨이가 오는 9월로 메이트X 출시를 미룰 것이라는 소식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재 화면 결함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조기 출시 경쟁보다는 제품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19' 행사에서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공개했다.(사진=삼성전자)

갤럭시 폴드는 미국 리뷰어들 사이에서 화면 결함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가 된 기기들 중 일부는 새로운 폼팩터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들이 화면 보호막을 강제로 뜯어내면서 발생했지만, 이 외 내부 이물질로 인해 화면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이에 일부 외신은 "갤럭시 폴드 대신 종이를 접겠다" 등의 조롱 섞인 보도를 내보내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지난 주 삼성전자는 리뷰 기기들을 본사로 회수해 정밀 검사를 진행했고, 일부 결함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기기에서 접히는 부분의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기기 내부에서 발견된 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이 발견된 것.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갤럭시 폴드 논란이 커지고 실제 제품의 취약점이 발견된 상황에서 더 이상 조기 출시하는 것이 큰 이슈가 아니게 됐다"며 "출시 이전에는 제품의 품질 평가를 감내할 수 있지만, 출시 이후 논란이 생겨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가장 안 좋은 케이스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의 판매량 등 성과보다도 새로운 모바일 카테고리를 여는 선도적인 제품으로서 이에 대한 신뢰도가 깨지는 것을 더욱 견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한 관계자는 "판매량보다도 혁신을 보여줄 수 있는 선도적인 제품이다보니 사안이 중대하다"고 언급했다.

갤럭시 폴드의 초도 물량은 약 100만대 수준으로 삼성 스마트폰의 연간 판매량과 비교해서는 적은 수준이다. 또 1세대 폴더블폰인 만큼 갤럭시S·노트처럼 상하반기를 책임지는 플래그십 모델이 아닌 제한된 물량으로 판매되는 한정판의 개념으로 초기 시장을 경험하는 데 의미도 크다. 갤럭시노트7 사태와는 결이 다른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의 글로벌 출시를 연기한 이후 외신은 대체로 "잘한 결정"이라는 평이다. 사안의 크기는 다르지만 갤럭시노트7 때와 비교하면 빠르게 결함을 인정하고 해결에 나서면서 문제를 더 키우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 출시 전까지 충격에 약한 상하단 힌지 부분의 디스플레이 내구성을 강화하는 한편, 내부 이물질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파손이 쉬운 화면 보호막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사용법 안내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폴드가 다시 출시되기까지는 몇 주에서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새롭게 단장한 갤럭시 폴드에 대한 평가는 더욱 혹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턱밑까지 쫓아 온 화웨이의 메이트X와의 신경전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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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대에 그쳤다.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당시(1천억원대) 이후 분기 실적 중 가장 낮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정체와 더불어 덩치를 키운 중국 업체들의 영향이 가장 컸다.

업계 관계자는 "1등이기 때문에 혁신에 대한 리스크가 더 크다. 애플과 같이 '혁신의 부재'를 겪는 것도 기업 성장 정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리스크를 회피하고 감추지 않고 고치는 것은 좋은 결정으로 생각되지만, 이제는 완벽한 갤럭시 폴드를 선보여야 하게 됐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