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자율 주행 배달 로봇에게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지난해 봄 정태락 디프론트 대표가 심사숙고했던 고민이었다. '편리와 행복을 가져다주는 자율 주행 배달 로봇' 제작 의뢰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아닌 만큼, 정태락 대표에 주어진 과제는 근미래 활동할 자율 주행 배달 로봇을 상상해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정태락 대표는 자신을 '디지털 제조 프로세서'라 소개하며, 제조에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도구들을 활용해 직접 고안한 제품들을 만들고 판매하는 역할로 이 의뢰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모바일 앱 UX 디자이너로 직장인 생활을 했다. 3년 전 자전거를 타다가 우연히 발길을 멈춘 목공소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다가 메이커 활동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목공소에 놓여진 3D 프린터와 공작기계(CNC), 레이저 커터 등을 보고 어떻게 쓰는 건지 고민하면서 조금씩 필요한 것들을 배워나갔고, 즐거움을 느껴 지난해 메이커 사업가로 변모했다.
제조, 디자인 역량을 고루 갖춘 그가 본 자율 주행 배달 로봇의 미덕은 무엇일까.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캠퍼스디에서 열린 '오토데스크 퓨전 데이' 행사에 참석한 정 대표에게서 제작 과정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미래형 자율 주행 배달 로봇'에 어떤 포인트 담겼나
정 대표가 자율 주행 배달 로봇을 개발하면서 먼저 고민했던 건 적재량, 외형 크기다. 아파트가 많은 국내 환경 특성상 너무 크면 불편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너무 작으면 발로 차이는 등 로봇이 넘어질 수 있는 위험도 있었다.
고민 끝에 '들고 갈 수 있지만, 들고 가기 싫은 사이즈'로 결론 내렸다. 구체적으로는 엘리베이터 폭이 통상적으로 90cm 내외인 점을 고려해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만들기로 했다.
주행, 동작에 있어서도 고민이 있었다. 로봇이 가는 도로 상태가 일정하지 않은 만큼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또 사람과 함께 도로를 걷게 된다면 위화감을 주지 않으면서, 로봇의 상태를 인지할 수 있게끔 설계해야 했다.
로봇의 인상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지나치게 건조한 기계 음성으로 안내말이 나오는 등 비인간적으로 비친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었다. 반면 지나치게 사람의 관심을 끄는 디자인이라면 본연의 목적인 배달을 원활히 수행하는 데 지장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같은 요소들을 고려해 설계에 들어갔다.
"모티브는 초록색 장바구니에 바퀴를 다는 걸로 시작했어요. 인상은 멍 때리는 것처럼 보이는 표정이 적절할 것 같았죠. 뭐든지 잘해낼 것 같지 않나요? 한편으로는 인간과 원활히 대화를 하지 못하더라도 큰 실망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 같은 표정이라 채택했어요."
로봇의 눈처럼 보이는 LED 헤드 램프를 단 이유다. 특히 자율 주행 배달 로봇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할 경우를 고려해 로봇의 앞, 뒤를 구분하기 위해서도 램프를 탑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충전·배달 중, 배달 완료 등의 현 상태를 알리기 위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조명 효과도 디자인했다. 충전 데크의 경우 가로수 밑에서 사람이 쉬는 모습에 착안해 구상했다.
그 외 뚜껑이 열리는 방식, 사람의 평균 신장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의 크기가 적절하게 느껴질지, 빛을 받았을 때 어떤 명암이 나타나야 디자인의 모티브를 잘 살릴 수 있을지, 바퀴의 축과 폭, 높이 등에 대해 설계 작업을 거쳤다.
■"퓨전 360, 편리한 UI가 최대 강점"
설계 과정에서는 오토데스크 클라우드 기반 CAD/CAM 디자인 소프트웨어 '퓨전 360'이 활용됐다. 정 대표가 메이커 활동을 시작하면서 접한 도구다.
CNC, 3D 프린터 등 디지털 장비와 연결성이 좋아 설계 데이터를 해당 장비에 맞는 소프트웨어로 옮길 필요 없이 프로그램 상에서 프로토타입을 출력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초심자 입장에서 접근이 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어떤 대상을 화면에서 선택하면, 그 대상에 적용할 수 있는 메뉴가 나타나는 방식의 UI를 제공해줍니다. 전체 메뉴, 기능을 펼쳐두는 것보다 편리했어요."
설계를 거쳐 만든 자율 주행 로봇 영상에 대해서는 나름의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가올 미래상에 대한 공감대를 넓힌다는, 원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자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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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정 대표는 자신처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메이커 활동에 뛰어드는 등 생태계가 활성화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 무언가를 만드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을 수록 상호 영감도 받고, '더 좋은 걸 만들어야지'라는 자극도 받을 수 있거든요. 잘 들여다 보면 상상을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도구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