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의 수익모델이 설치형 프로그램의 카피당 라이선스 판매에서 기간제 서비스 판매로 바뀌는 추세다.
포토샵을 만든 어도비는 기간제 서비스인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공급에 주력하면서 기존 설치형 SW제품의 불법복제 사용을 적발하는 'SW라이선스 감사(audit)'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오피스SW를 파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공급하는 오라클도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사업을 강화하며 어도비와 비슷한 움직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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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데스크 역시 몇 년 전부터 기존 카피당 라이선스 판매에 그치지 않고 어도비를 비롯한 다른 SW업체들처럼 사용자들에게 기간별 사용료를 청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주요 제품을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라는 가입형 기간제 서비스로 출시하는 어도비의 모델과 닮았다. 올해 2월부터는 기존 독립형 데스크톱SW 제품을 가입형으로만 제공하고, 새로운 솔루션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출시하면서 수익모델 전환에 속도를 더했다.
그럼 이제 오토데스크도 조만간 어도비나 다른 SW회사처럼 SW라이선스 감사 활동을 중단하거나 관련 조직 및 파트너 프로그램을 축소할 것이라 봐야 할까.
최근 만난 오토데스크 본사 임원에게 직접 질문하고, 긴 설명을 듣긴 했다. 속시원한 답을 듣진 못했다. 다만 아직은 SW라이선스 감사가 아직은 필요하다는 게 이 회사의 입장이라는 게 핵심이었다.
회사가 공급해 온 3D그래픽스 툴 마야, 맥스, 오토캐드, 래빗 등을 널리 활용하는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와 설계업종 디자이너, 아티스트, 콘텐츠 전문 제작자들이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크리스 브래드쇼 오토데스크 최고마케팅책임자(CMO) 겸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M&E)부문 수석부사장은 "앞으로 SW시장에 클라우드 제품 활용이 보편화한다면, 그 방식에서는 불법적인 SW사용 자체가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감사가 이뤄질 필요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얘기다. 오토데스크의 데스크톱용 SW는 영구적 라이선스로 판매된 경우와 기간별 사용료를 받고 제공되는 경우가 있다. 기간별 사용료를 받는 제품은 사용자가 SW를 실행할 때 자신의 계정과 비밀번호를 입력해 접속하는 방식이다. 판매자는 돈을 낸 사용자에게만 실행을 허용할 수 있다. 이로써 굳이 감사를 하지 않아도 SW라이선스 불법복제 피해가 사라지는 셈이다.
다만 해당 발언을 오토데스크가 SW라이선스 감사를 곧 중단한단 얘기로 해석할 수는 없다.
브래드쇼 수석부사장은 "우리에게는 여전히 맥스, 마야, 오토캐드, 래빗 등 (설치형 데스크톱SW 가운데) 영구라이선스로 공급되는 제품이 있다"며 "기존과 같이 누군가에게 불법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감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오토데스크가 어도비처럼 SW라이선스 감사를 완전 중단키로 선언하지 않는 이유는 두 회사의 클라우드 모델 전략 차이로 설명된다. 어도비는 기존 사용자들에게 클라우드 기반의 기간제 SW 사용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전환을 유도하는 중이지만, 오토데스크는 상대적으로 그 정도가 덜하다는 게 브래드쇼 수석부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우리는 SW제품 구매자의 영구라이선스 사용권을 보전해 주면서, 사용자가 업데이트를 원할 경우 유지관리 서비스 가입(메인터넌스 서브스크립션)을 옵션 제공하는 방식을 취한다"며 "반면 어도비는 SW제품의 영구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면 그걸 서브스크립션으로 이어서 계속 사야 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처럼 SW제품의 영구라이선스 판매 정책을 유지할 경우 여전히 타인이 몰래 사용할 우려가 있긴 하지만, 우리는 영구라이선스 제품 사용자들에게 (클라우드 구매 없이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런 정책을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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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데스크의 클라우드 제품이 시장 주류가 된다면 이 회사의 SW라이선스 감사 활동도 어도비처럼 중단될 수 있다. 결국 시간 문제다.
오토데스크 내부에선 클라우드SW, 즉 기간제 가입형 제품의 보급 추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하다. 회사측은 클라우드와 기존 데스크톱 제품을 구별한 숫자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샷건'같은 클라우드 전용 제품이 '마야'같은 데스크톱 제품보다 가파른 판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