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금융도 수출할 수 있는 시대다. 국내와 다른 해외의 규제 때문에 수출이 가능하겠냐고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가 결합한 핀테크를 통해 가능해졌다. 언어가 달라도 문화장벽이 있어도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금융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올해로 설립 5년차를 맞는 금융위원회 산하 한국핀테크지원센터를 이끌고 있는 정유신 센터장은 '한류 금융'의 시작은 핀테크에서 기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지난해 핀테크 업체 중 '비바리퍼블리카(서비스명 토스)'가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 되면서 국내 핀테크 기업 발전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시점에 해외까지도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최근 정유신 센터장의 또다른 집무 공간인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만나 핀테크의 중요성과 확장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디지털 마켓에서 핀테크는 필수불가결 존재
정유신 센터장은 핀테크의 중요성에 대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날로그 시장에선 가격과 품질이 경쟁력의 전부였다면 이커머스와 같은 디지털 마켓에서는 이외에도 핀테크, 디지털 금융의 경쟁력이 중요하게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싸고 빠르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알리바바의 알리페이가 바로 그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물건은 아이폰으로 고르고 결제는 삼성페이로 하지 않는다. 손 안에 다 들어가 있다"며 "물건을 고르고 사고 팔고 결제하는 이 행위가 디지털로 결합되면서 금융이 엄청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정유신 센터장은 핀테크의 경쟁력이 곧 수출에도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됐다고도 전했다.
이 같은 시대 흐름에 맞춰 금융관련 규제를 핀테크 업체에 풀어주고 있는 것은 높이 살만하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금융이 제일 규제가 완강했지만 유니콘 기업도 나왔고, 제2, 제3의 기업도 나올 희망이 보인다"며 "사회적 합의에 따라 규제를 점차 완화하는 일은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핀테크의 성장이 더디는 이유로 규제를 거론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유신 센터장은 "기술이 정말로 발달하면 규제를 뛰어넘는다"며 "탈법이 아니라 '확' 뛰어넘어서 간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금융이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돼 ICT기업화되면서 금융서비스는 이제 마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센터장은 "IT디바이스를 통해 금융서비스가 출력된다. 육안으로 비교하고 느끼고 판단할 수 있게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언어와 문화장벽을 뛰어넘어 ICT로 무장한 금융은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 앞서나가는 중국…국내도 '디지털 플랫폼'
정유신 센터장은 '앤트 파이낸셜'을 거론하면서 국내 정부도 디지털 플랫폼을 키우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부지불식 간에 세계를 휩쓰는 기업이 나올 수도 있는데다 시공간 제약도 없어진 시점에서 디지털 플랫폼 육성은 필수라는 것.
정 센터장은 "중국의 앤트파이낸셜은 결제와 소액대출, 자산관리의 서비스를 모바일의 광속을 통해 빠르게 전파시키고 있다"며 "디지털 플랫폼의 혁명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예전 아날로그 시장이었다면 앤트파이낸셜이 성장하려면 3~4년은 더 걸렸을 테지만 이제는 수개월만에 가능해졌다"고 운을 뗐다. 그는 "심지어 과거에는 스타트업→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순차적으로 크는 구조였지만 디지털 플랫폼, 디지털 마켓을 이용하면 순식간에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한다"며 "유니콘 기업은 디지털 플랫폼 혁명의 상징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생산자 정보를 소비자가 보고 비교한 후,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내 손안의 시장'이 됐다"며 "디지털 플랫폼은 국경도 시간도 제약이 없어 벤처스타트업도 창업한 지 얼마 안된 기업도 디지털 플랫폼에 잘 올라타면 순식간에 매출이 증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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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센터장은 "한국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플랫폼과 기술이기 때문에 작심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국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규제가 없다가 2016년부터 금융관련 규제를 속속 도입 중이라 멈칫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서둘러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정유신 센터장은 대우증권 IB사업본부 본부장과 신한금융투자사 부사장, 한국SC제일은행 부행장,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2015년 3월 30일에 개소한 곳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핀테크 업체가 상용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를 매칭해 컨설팅을 받을 수 있게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