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PC 수요 하락과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반도체 산업 성장세가 움츠러든 상태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선 이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부터는 업황이 다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의 근거는 시간이 흐를수록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반도체 수요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이 반도체와 밀접히 연계되는 상황에서, 모바일·자율주행차·스마트시티 등 전 분야에 걸쳐 반도체가 쓰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올해만 참고 견디면 곧 다시 볕들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클락 청(Clark Tseng)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디렉터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세미콘 코리아 2019'에서 "반도체 시장이 작년까지 굳게 성장한 데 반해, 올해는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지난해 수준을 상회할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고 말했다.
■ 메모리 설비투자 20~30%↓…1분기부터 어렵다
SEMI는 올해 팹(Fab·반도체 생산설비) 투자 규모가 작년보다 약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전망이 좋지 않은 분야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산업이다. 올해 업계의 설비투자(CAPEX) 규모가 약 20~30%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청 디렉터는 "메모리 반도체와 더불어 지난해는 반도체가 빠른 성장세를 나타낸 한 해였다"면서 "올해는 모바일과 PC 수요 감소 등의 이유로 1분기부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반기에 반도체 수요가 추가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고, 향후 재고 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며 "전년과 비슷한 수준까지 돌아오려면 적어도 2개 분기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가 돼서야 업황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뜻이다.
청 디렉터는 반도체 시장이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부가 스마트폰 구매 감소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수급난으로 발생한 PC 수요 하락 ▲데이터센터의 서버용 D램 수요 감소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소비지출 저하 ▲미-중 무역 전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제고 등을 꼽았다.
■ "성장 동력은 남아있다"…내년 회복 기대
시장조사업체 VLSI에 따르면 종합반도체기업(IDM)과 순수 파운드리 업체를 포함한 반도체 업계 상위 10개사 가운데 TSMC·마이크론·SMIC를 제외한 7개 업체가 올해 설비투자를 줄일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언급된 3사도 예년 수준의 투자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성장 동력은 남아있다는 게 청 디렉터의 설명이다. SEMI 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CAPEX) 규모는 내년에 또다시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설비투자 추이는 그해 업종의 성장률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한 관계자는 "D램은 올해 큰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 이후부터는 이전해 이상의 투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메모리 업황은 올해 2분기부터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파운드리·장비 업계도 내년 날개 '활짝'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올해 차분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7나노와 극자외선(EUV) 등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업황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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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8나노미터(nm) 공정 등 성숙 단계에 접어든 기술은 과잉 공급으로 인해 투자가 줄어드는 추세고, 전체 업계의 부진이 미치는 여파도 상당량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세미콘 코리아 현장을 방문한 파운드리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서로 연계돼 있다 보니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부진하면 자연스럽게 세트(완제품) 업계와 시스템반도체 업계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후방산업의 대표격인 장비 업계도 올해 주춤했다가 내년에 업황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시장은 피크(Peak·정점)를 찍고 5월께 하락했다가 다시 10월에 상승세를 이은 후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며 "통상 반도체 장비 시장 업황도 전체 시장의 흐름을 따르는 편인데, 하반기부터 팹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