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주춤하더라도 앞으로 4차산업 기반 기술들이 반도체 시장 성장을 꾸준히 이끌어나갈 것입니다. 그 중심엔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수탁 생산)가 있습니다."
이윤종 DB하이텍 기술개발실장(부사장)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19' 기자간담회에서 "메모리 시장이 올해 전년보다 약세라 하더라도 반도체 매출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윤종 부사장은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를 거쳐 지난 1998년 동부하이텍(DB하이텍)에 입사한 후 반도체 제조공정 개발을 주도해 온 업계의 산증인이다.
■ 메모리 공급부족 완화…"지난 2년은 '특이점'이었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이어진 메모리 시장 호황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매 분기 실적 신기록을 경신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올해 메모리 업황에 대해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엔 낮고 하반기로 갈수록 높아진다) 패턴이 예상된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돼 왔기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유독 메모리의 수요 증가 폭이 공급 증가분을 큰 폭으로 앞섰다는 것. 이는 곧 메모리 평균거래가격(ASP) 상승을 유발해 업황이 유례없는 활기를 띠게 됐다.
이 부사장도 이와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그는 "2016년에서 2017년, 2017년에서 지난해 메모리 ASP가 급격하게 오르는 특이점이 발생했다"며 "이후 (업황이) 수그러든다고 해도 앞으로 꾸준히 성장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 올해 파운드리 성장 속도 빨라진다
이 부사장은 "종합반도체(IDM) 업계의 팹 투자가 급격히 줄고 있지만, 실리콘 웨이퍼(반도체의 원료) 생산만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는 10% 수준의 성장률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업계가 빠른 속도로 분업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전체 반도체 산업은 4% 수준의 점진적인 성장이 예측됐다. 그중 가장 도드라진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파운드리 산업이다. 파운드리 성장률은 전체 시장의 성장률을 웃도는 7.4% 수준일 것으로 IHS마킷은 내다봤다.
파운드리는 퀄컴·엔비디아·미디어텍 등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업체)'로부터 설계 도면을 받아 반도체 양산을 책임지는 산업이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SK하이닉스시스템IC, DB하이텍 등이 주요 업체다.
이 중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사업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종합반도체회사(IDM)로 분류되는 반면, DB하이텍은 오직 파운드리 시장에 주력하는 '순수 파운드리 기업(Pure Play Foundries)'으로 불린다. 이 시장 업계 1위는 대만의 TSMC로, 이 업체는 작년 하반기 점유율이 무려 56%에 달했다. DB하이텍은 1.1%의 점유율로 10위를 기록 중이다.
■ 파운드리도 中 추격 거세져…업계 주목해야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 파운드리 업계의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사장에 따르면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는 현재 월 50만 장 규모의 웨이퍼 생산량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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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TSMC나 글로벌파운드리(GF), UMC 등은 중국 내에 상당히 많은 투자를 단행하는데, 이것이 국내 업계에 향후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순수 파운드리 업계는 TSMC·UMC·SMIC 등 중화권 업체들이 대체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또 최근 들어 이스라엘 타워재즈(TowerJazz), 대만 뱅가드(Vanguard) 등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타워재즈는 최근 파나소닉, 맥심 등으로부터 팹(Fab·반도체 생산설비)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