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가 IBM의 중앙처리장치(CPU)를 7나노미터(nm)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양산한다.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친 끝에 퀄컴에 이어 IBM이라는 대형고객사를 확보한 삼성이 이를 계기로 시장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7나노 EUV 공정은 이 시장에 먼저 진입한 대만 TSMC의 이머전(액침) 불화아르곤(ArF) 방식보다 한 수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 EUV 도입을 앞둔 TSMC보다 삼성이 앞으로 고객사를 얼마나 더 확보할 지가 승패를 가르는 관건이다.
IBM은 삼성전자와 협력해 7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서버용 고성능 반도체 칩을 생산한다고 20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삼성의 EUV 공정을 통해 칩 성능을 극대화하고, 더 나아가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확보하겠다고 IBM은 강조했다.
■ 미세공정 꿈의 기술 'EUV'
양사의 협력에 따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EUV 노광 기술을 첫 적용한 '7나노 LPP(7LPP·Low Power Plus)' 공정을 통해 IBM의 CPU를 수탁 생산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부터 업계 최초로 EUV 노광 기술을 이용한 7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했다. 이 회사는 2000년대부터 EUV 기술 연구에 돌입, 장비 업체·에코시스템 파트너와 협력해 기술 안정성과 생산성 확보에 집중해 왔다.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EUV는 반도체 원자재인 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포토 리소그래피(Photo Lithography) 기술이다.
이는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방식으로, 불화아르곤(ArF)에 비해 파장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노광 공정을 수 차례 반복해 미세한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 식으로 대처해왔지만, 최근 10나노 이하로 접어들면서 이제 ArF는 한계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 7나노 먼저 뛰어든 TSMC vs EUV 한발 앞선 삼성
7LPP 공정은 10나노 2세대(10LPE) 공정 대비 면적을 약 40% 줄일 수 있고, 약 20% 향상된 성능 또는 약 50% 향상된 전력 효율을 제공한다.
EUV 공정을 통해 총 마스크 수가 약 20% 줄어, 7LPP 공정 도입에 대한 설계·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가 제시한 장점이다.
삼성의 EUV 도입은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보다도 앞선 것이다. TSMC는 지난 2분기부터 7나노 공정을 대량 양산체제로 전환했지만, EUV 도입은 내년으로 늦췄다.
TSMC는 7나노 도입에 한발 앞선 덕분에 퀄컴·AMD·엔비디아·자일링스·미디어텍·하이실리콘 등으로부터 주문을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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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7LPP 공정이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면서, TSMC가 확보한 고객사들이 대거 이탈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례로, 퀄컴은 업계 첫 5G 모뎀인 '스냅드래곤 5100'은 일찌감치 삼성에 위탁했지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55'의 초도 물량은 TSMC에 전량 맡긴 상황이다. 다만 내년께 삼성의 EUV 공정이 안정화된다면 삼성전자에도 물량을 위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