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숨고르기'…5兆깎인 영업익에 '위기실감'

작년 4Q 매출 59조·영업익 10.8조…2017년 1분기와 비슷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1/08 10:22    수정: 2019/01/08 11:31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업황 악화로 증권가 전망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약 5조원 감소했고 매출도 7조원 가량 깎였다.

메모리반도체 고점론이 점차 현실화하는 모습에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59조원, 영업이익은 10조8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4분기 매출(65조9천800억원) 및 영업이익(15조1천500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10.58%, 28.71% 감소한 수치다. 직전 분기였던 3분기 대비 매출은 9.87%, 영업이익은 무려 38.53%나 감소했다.

영업이익 10조8천억원은 증권가의 전망치 평균인 13조5천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매출·영업이익 추이 그래프. (그래픽=박영민 기자)

분기별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작년 4분기 실적은 지난 2017년 1분기(9조9천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17년 1분기 9조9천억원으로 시작해 같은 해 2분기 14조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중반까지 지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최고 기록은 작년 3분기로, 분기 영업이익만 무려 17조2천억원에 달한 바 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업황 하락세로 인해 4분기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이 전사(全社)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이른다.

업계에 따르면 4분기 반도체 사업부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13조6천500억원)보다 32% 줄어든 9조5천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지난해 메모리 공급이 꾸준히 늘어난 동시에, 최대 수요처인 데이터센터 업계의 수요 전망이 불확실해졌다는 게 반도체 실적 감소의 이유다.

삼성전자 16기가비트(Gb) LPDDR4X(Low Power Double Data Rate 4X) 모바일 D램. (사진=삼성전자)

급기야는 삼성 반도체의 주력 사업인 D램에서까지 역성장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 매출은 약 1% 감소할 전망이다. 매출이 77% 증가했던 2016년과 39% 증가했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외에도 디스플레이·가전 등 주요 사업 품목도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약 25% 감소한 1조7천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삼성 서초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 업체들의 일시적인 서버 D램 구매 중단과 함께 중국 및 신흥국의 IT 제품 수요도 예상보다 부진한 상황"이라며 "특히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전방 고객사들이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고 보유 재고를 소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오는 4분기는 부품 업계가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 전망"이라며 실적 하락세를 예견한 바 있다. 다만 메모리 업황 둔화가 4분기 실적 감소로 이어지자 비로소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는 게 내부의 목소리다.

다만 삼성전자는 올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메모리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분기는 통상 전자 부품 업계의 계절적 비수기인 데다, 장기적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이 고용량 제품 위주로 탄탄한 수요를 보일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낸드는 클라우드 시장 성장으로 고용량 SSD 수요가 증가하고, 고용량 모바일 스토리지 채용이 지속적으로 퍼짐에 따라 점차 수급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D램은 머신러닝 기반 인공지능(AI) 서비스가 확대돼 고용량 제품 위주로 수요 강세가 전망되고, 중저가 스마트폰의 고사양화 등에 따라 전반적으로 수요 오름세가 예상돼 2분기 이후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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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전자의 지난해 총 누적 매출은 243조5천100억원, 누계 영업이익은 58조8천9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2017년보다 연 매출은 1.64%, 연 영업이익은 9.77% 높은 신기록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3분기에 누적 영업이익 36조8천억원을 달성, 9개월 만에 전년도 연간 영업이익이었던 35조원을 이미 넘어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