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에 먹구름이 깔리고 있다. 메모리 장기호황 덕분에 분기 13조원이라는 실적 신기록을 세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마저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업황 하락세로 실적이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업황 하락세가 예상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의 전반적인 경기 침체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와 액정표시장치(LCD)로 대표되는 디스플레이 공급과잉이 문제다. 기저에는 국내 산업 기술과 인력 유출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반도체 업계는 내년 메모리 시장 전망에 대해 '상반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나쁘고, 하반기엔 좋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나긴 불황을 탈피하려는 디스플레이 업계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공정 전환을 서두르는 한편, 차세대 패널 개발 매진에 더욱 분주한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메모리반도체 '上低下高'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내년 1분기 영업이익은 약 11조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 15조6천4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직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상황이지만, 업계는 삼성전자가 내년엔 올해 수준의 실적을 거둬들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가의 전망치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은 13조5천억~13조9천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15조1천500억원)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이다.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인 17조5천700억원과 비교해도 21%~23%가량 줄어든 실적이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전망치도 5조5천억원 규모로, 최고 기록이었던 3분기(6조7천420억원)보다 1조원 정도 하락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업황과 관련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엔 낮고 하반기로 갈수록 높아진다)' 패턴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4분기부터 늦어도 내년 2분기까지는 메모리 공급이 확대돼, 수급이 일시적으로 주춤했다가 이후 다시 회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요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연간보다는 분기별로 계획을 수립해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게 이들 기업의 입장이다.
■ 기술·인력 유출 막을 방법 없을까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오랜 숙제인 산업기술·인력 유출 문제도 더 심화될 전망이다. 산업기술 유출 시도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해외로 산업기술 유출을 시도하다 적발된 사건은 총 150여 건에 이르고, 경찰이 검거한 산업기술 유출사건은 약 700여건에 달했다.
이에 업계는 D램·낸드플래시·OLED 등 주력 분야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기술·인력 유출 문제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한 때 국내 업체들이 독점했지만 이제는 중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가 버린 액정표시장치(LCD)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다.
산업기술보호 주무 부처·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정보원은 내년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기술·인력 유출 대응 논의를 더욱 심도 있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올해 초 결성된 기술보안협의회를 주축으로 정부와 협회, 민간 기업 간 논의가 더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기술 빼돌리기'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력 유출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는 논의가 새해에도 업계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폴더블'·'5G'…부품업계 구원투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업황 하락세를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편의성을 제공할 폴더블(Foldable·접이식) 스마트폰과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가 새해 본격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양산하는 폴더블 패널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Infinity Flex Display)'는 상반기 중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지난달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SDC)'를 통해 다소 두께감이 있어 보이는 '콘셉트 폰'이 공개된 바 있지만, 새해 출시될 신제품은 더 얇고 가벼워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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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은 세트 업체인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삼성디스플레이(패널)·삼성전기(기판)·삼성SDI(배터리) 등 부품 수직계열화의 완성판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올 상반기 개막할 5G 모바일 시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특히 내년 3월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는 5G가 반도체 시장 수요를 끌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5G는 반도체 업계가 3분기 이후 업황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5G는 4G보다 전송 속도는 20배, 연결성은 10배 높이고, 지연율은 10분의 1로 줄인다는 게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5G 보급 확대는 장기적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를 끌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