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내년도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올해보다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반기부터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점차 완화되는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에 더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메모리반도체의 중장기적인 전망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 없이 긍정적이라고 못 박았다. 서버용 D램과 인공지능(AI) 수요가 더욱 확대되면서 메모리 수요가 내년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명영 SK하이닉스 부사장은 25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내년 경영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과 아직 해소되지 않은 재고를 고려해볼 때 내년 투자 지출은 올해보다는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올해는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졌다"면서 "내년은 수요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연간보다는 분기별로 계획을 수립해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연초 대비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는 추세다. 업체들의 공급 확대 노력에 따라 주요 고객사의 재고가 정상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리 상승에 따라 신흥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암호화폐 시장 하락세로 PC용 D램 수요가 감소했고, 스마트폰 사용 주기가 길어짐에 따라 모바일 업체 수요도 줄었다.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점도 업체들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게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이 부사장은 내년 메모리 시장 전망에 대해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엔 낮고 하반기로 갈수록 높아진다)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내년 말부터 메모리 시장이 재차 활성화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입장이다. 데이터 서버·AI·엣지 컴퓨팅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게 분명하다는 것. AI와 엣지 컴퓨팅 서버는 일반 서버와 비교해 메모리 탑재량이 50% 높다. 곧 도입될 5세대(5G) 이동통신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인터넷 데이터센터(IDC)의 거시적인 상황이나 클라우드 전환율 등을 보면, (메모리의) 중장기적인 상승세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요가 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다시 메모리 수요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선 D램은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낸드는 원가 절감을 위해 3차원(3D) 전환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D램에 대해선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한 공정 전환과 생산능력(CAPA) 확대를 위한 투자를 동시에 진행해 왔다. 후자에 집중해 연간 출하량 증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뜻이다.
또 낸드에 대해선 72단 비중과 생산성을 확대해 원가를 개선하고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72단 제품을 연말까지 50% 이상 끌어올리고, 3D 낸드 비중도 70% 중반대까지 확대한다. 차세대 제품인 96단 낸드 개발은 올해 안에 완료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M15는 내년 1분기 초에 설비 테스트를 거친 뒤 1분기 말 혹은 2분기 초에 양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라며 "낸드 팹인 M15는 향후 72단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우시 C2 공장은 현재 설비가 입고되는 중이고, 이르면 내년 2분기께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며 "내년 1월까지 장비 세트업을 마치고 M15보다는 다소 늦은 2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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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잠정 매출액 11조4천168억원, 영업이익 6조4천724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 최고 기록이었던 올해 2분기 실적(매출 10조3천705억원·영업이익 5조5천739억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40.9%, 영업이익은 73.2% 증가한 신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