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에 대해 기업들이 굉장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기업들이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할 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서비스 자체가 매력적인가, 왜 블록체인을 써야 하는가, 실제로 구현 가능한가, 토큰 이코노미를 짤 수 있는가, 이 4가지를 염두에 두고 ICO를 해야 투자자한테 떳떳할 수 있습니다.”
한국 크립토펀드(암호화폐 투자펀드)인 힐스톤PE의 황라열 대표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 서울 2018’ 행사에서 ICO를 하려는 블록체인 기업에 이같이 조언했다.
힐스톤PE는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에 있는 초기 스타트업부터 ICO 직전에 있는 기업까지 투자하는 크립토펀드다.
황 대표는 크립토펀드를 하기 이전에 한국에 있는 좋은 기업들을 중국에 소개하는 전통적인 M&A펀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파트너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존폐위기에 처했고, 마침 중국에서 크립토펀드가 성장하는 걸 보고 한국에서 집중적으로 크립토펀드를 새로 시작하게 됐다.
그는 한국에 있는 블록체인 업체들의 투자 방식이 중국과는 상반된다고 언급했다. 블록체인 기술과 백서의 개념 자체가 다르고, 투자 자금이 들어가는 시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 “중국은 ICO 준비 자금위해 펀드 투자…한국 블록체인기업 백서에 책임져야”
그는 “중국은 한국과 달리, ICO를 하기 전에 투자 자금이 들어간다”며 “중국은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해 서비스를 구현한 다음, 이 내용을 백서에 담아 백서를 보고 괜찮다고 생각한 펀드들이 투자를 해, 그 돈으로 마케터를 마련하고 비즈니스를 꾸미는 등 ICO준비 자금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창기 아이템을 바탕으로 자금이 들어간 후, ICO를 진행하기 때문에 한국과 갭 차이가 크다”며 “실제로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투자하는 중국 기업들 중 수익이 제일 안 나는 기업이 400%의 수익을 내고 있으며, 많으면 1700% 수익까지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크립토펀드를 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혔던 관문은 백서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기존에 있던 빅 비즈니스를 하던 사람들이 블록체인 유행을 타고 사업을 묶다 보니 괴리감이 생겼다”며 “한국에서 나온 대부분의 세련된 비즈니스들은 그 비즈니스를 받쳐줄 블록체인 기술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구현할 수 있다고 하니 중국에서는 씨알도 안 먹힌다”고 지적했다. 그가 백서에 민감하게 된 이유다.
황 대표는 ICO에 대한 기업의 책임감도강조했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기관 투자를 받아야 하는 등 굉장히 많은 허들을 넘었어야 했지만, 이제 블록체인 패러다임에서는 개인이 기업에게 직접 투자 하는 방법이 생겼다”며 “개인이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만큼 기업이 그만한 책임감을 가지고 ICO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런 책임감을 가진 기업이 많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개인 투자자는 백서 하나만을 보고 피 같은 돈을 투자하는데, 백서에 책임을 못 지는 기업은 문제가 있다”며 “진정으로 그 기술을 완성하고자 한다면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백서를 검증받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황 대표는 중국의 블록체인은 이런 사이클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블록체인 역사는 길어야 2년”이라며 “중국에서는 한국에서 하는 모든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들이 이미 나와 한 바퀴 돌려봤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한국보다 블록체인 비즈니스 서비스를 직접 해본 결과 실패를 많이 겪어봤고, 한국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블록체인 산업에 수많은 자본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못 끼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은 그 서비스가 우리 삶에 도움이 되게 하려고 기술이 뜬 것이지, 블록체인 업체를 만들려고 뜬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2년 동안 열심히 달려왔음에도 흔한 유용한 애플리케이션 하나 없다”며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 “백서는 서비스, 기술 적합성, 구현가능성, 토큰 이코노미 설명해야”
황 대표는 블록체인 사업을 할 때 ▲서비스 ▲기술 적합성 ▲구현 가능성 ▲토큰 이코노미 4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서도 이 4가지 요소를 얼마나 잘 설명했는냐가 관건이다.
그는 블록체인 사업을 할 때 1순위로 중요한 건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안 좋은데 블록체인 기술 쓰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서비스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두 번째로는 ‘왜 블록체인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황 대표는 대부분의 기업이 이 허들을 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고비용에 저효율 시스템”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은 효율적인 방식을 위해 튀어나온 기술이 아니라 원래 패러다임에서 해줄 수 없는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부각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을 사용해 보안성이 뛰어나고, 굉장히 효율적이라고 소개한다”며, “블록체인을 사용할 필요 없는 비즈니스인데도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모순적인 말을 한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현재 블록체인 업체들이 갖고 있는 숙제는 ‘왜 블록체인을 내 비즈니스에 적용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 번째 중요한 요소는 실제로 비즈니스를 구현할 수 있는지다. 황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서는 한국이 중국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 기업이 결코 한국 기업보다 수준이 낮아 제시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며 “중국은 현실적으로 블록체인 서비스가 현재 어디까지 구현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수준에 맞춰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젝트를 실제로 작동해 본 사람이 없다는 건 굉장히 큰 핸디캡”이라며 “실제로 개발해 돌려본 프로젝트들이 쌓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바로 토큰 이코노미 설계다. 그는 “모든 블록체인 비즈니스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보상”이라며 “퍼블릭 블록체인을 쓰려면 보상 체계는 분명히 따라야 하고, 토큰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한 가지 모순은 토큰 변동성이다. 토큰 변동성으로 인해 실물 경제에서 토큰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토큰 변동성을 맞추게 되면 토큰 가치가 고정되기 때문에 투자자가 투자를 하지 않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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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는 “토큰을 시장에서 사용해야 하는 유저단의 비즈니스 설계 밸런스를 맞추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네 가지 요소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며 “기업들도 이 네 가지 요소를 책임 있게 증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