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가 지난해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4조6천785억원입니다. 2위 사업자인 카카오는 같은 기간 1조9천724억원을 벌었습니다.
이렇게 두 회사가 열심히 사업을 전개해 투자하고 인건비를 지급하고, 또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고 남긴 돈은 각각 1조1천792억원, 1천650억원 가량입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공룡 기업인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작년 한 해 동안 번 돈은 얼마일까요. 많은 기업과 기관, 언론 등에서 궁금해 하지만 구글 측이 정확한 매출을 공개한 적은 아직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입니다. 추정치만 떠돌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9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에서 흥미로운 자료가 하나 공개됐습니다. 구글이 지난해 한국에서 거둔 매출이 많게는 5조원, 적게는 3조2천억원으로 추산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보수적으로 잡은 매출 기준으로도 그 동안 업계에서 추정해왔던 것보다 무려 1조원이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물론 미디어경영학회서 나온 자료 역시 추산 수치입니다. 정확한 매출은 구글만 알겠지요. 다만 이번 조사가 구글 아시아태평양지역 매출을 기반으로, 앱애니의 구글플레이스토어 지역별 매출 정보를 활용해서 역산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는 신뢰를 받는 분위기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국민대학교 이태희 교수는 “최근 유튜브를 통한 검색이 늘어나면서 구글의 동영상 광고 매출도 커지고 있는데 이런 현실을 좀 더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면서 “기존 업계 추정치는 수치에 대한 근거를 밝히지 않았는데 구글이 공시한 데이터를 근거로 구글코리아의 매출을 추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조사가 정확한 구글 매출에 근접하다고 가정할 경우 흥미로운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구글코리아가 한국에서 올리는 매출이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가 전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매출보다 더 많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카카오와는 이미 비교할 수 없는 격차입니다.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격차가 더 클 전망입니다. 구글이 네이버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쉽게 예상이 됩니다. 국내에서 구글이 고용한 직원은 수백명 수준입니다. 국내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구글 캠퍼스 서울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고용 인력 수준이 크지 않습니다. 구글코리아는 지난 2006년 한국에 R&D 센터를 설립, 2~3년 간 1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연구인력을 최대 150명까지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에 대한 결과 공개는 지금까지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쥐꼬리’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구글이 세금은 정당히 내고 있을까요? 이 같은 지적은 수년 째 쳇바퀴 돌 듯 계속되는 이슈입니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제기됐던 문제인데요, 구글은 항상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한다”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기록한 매출은 알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소득도 모르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세금을 낸다는 논리는 모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또 수년 간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는 방식으로 법인세 납부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글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로 발생되는 망사용료 역시 제대로 내지 않아 국내 기업과 다른 ‘특급 대우’를 받는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단적으로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확인 국정감사에서 “구글은 한국에서 엄청난 돈을 버는데 얼마를 버는지도 모르고, 트래픽 비용도 안 내고, 세금도 안내고 고용도 안 된다”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미디어경영학회 세미나에서 이태희 교수는 구글코리아 사례를 중심으로 외국계 유한회사의 세원잠식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매출 파악이 우선해야 하는데, 구글은 한국에 발생하는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단골손님 마냥 되풀이됐습니다. 이 교수는 싱가포르 등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매출을 이전해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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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난 10월에도 국정감사가 열립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지난 한해 얼마나 건전하고 건강하게 업무를 수행했는지 평가를 받는 자리가 곧 마련됩니다.
올해도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주요 임원들이 죄인처럼 앞자리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 임원들은 병풍처럼 뒷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아픈 매는 국내 기업 대표들이 맞고, 형식적인 잔소리는 해외 기업 임원들이 듣다 가는 자리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