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출시에 대한 집요한 기대

[이균성 칼럼] 잡스 소환하기

데스크 칼럼입력 :2018/08/16 11:21    수정: 2018/11/16 11:16

독자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애플이 과연 상용차를 만들까요, 안 만들까요. 물론 그 차는 눈에 보이는 외형과 골격까지를 포함한 완전한 의미에서의 자동차를 말합니다. 답을 확인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해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차가 나오든 안 나오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디넷코리아 DB를 검색해보니 2014년초부터 관련 기사가 지속적으로 나오네요.

최근 소식은 대만 애널리스트 궈밍치(郭明錤)의 전망입니다. 그는 애플 소식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가장 정통한 사람 중에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대만 KGI증권을 다니며 애플 소식을 전해왔는데 올 상반기에 TF인터내셔널증권으로 옮겼습니다. 그가 KGI증권을 떠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궈밍치 없는 애플 루머, 무슨 낙(樂)으로 보나?" 라며 애플 팬들이 실망할 정도였죠. 상당한 실력파인 거죠.

그는 2023~2025년 사이에 애플 카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상품이 애플의 차세대 스타 상품이 될 것이고, 2007년 아이폰이 그랬듯이, 애플 카가 세계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특히 애플은 다른 전자 업체나 자동차 제조사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의 통합에 강점이 있고, (풍부한 자금을 기반으로) 자동차 금융에도 나설 것으로 봤죠.

애플카 콘셉트 (사진=유튜브 캡쳐)

궈밍치의 애플 신제품 전망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던 것은 애플 공급망(SCM)에 대한 넓은 네트워크와 통찰력 덕이었습니다. 대만에 산재해 있는 애플 부품사를 통해 단편적이나마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고 그것을 기반으로 드높은 상상력을 발휘해 애플이 만들고자 하는 것을 추적해나가는 방식이죠. 궈밍치는 작은 부품 하나를 대할 때에도 아마 스티브 잡스의 눈과 마음으로 보려했겠지요.

궈밍치는 그러나 이번 애플 카 전망에서는 어떤 근거의 일단을 내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의 경우 근거보다는 상상력에 더 의존했다고 볼 수 있죠. 다만 상상력이라고 해서 그것이 꼭 소설로 끝나고 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눈여겨보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때론 눈에 보이는 사실보다 눈에 안 보이는 상상의 그림이 더 진실에 가까운 경우도 있습니다. 미래의 일이라면 더욱 더 그러하겠지요.

지금 미래 자동차 시장을 놓고 거대한 합종연횡이 진행된다는 건 다 압니다. 최근 카카오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의 제휴와 관련해 ‘SK텔레콤, 또 카카오에 뒷덜미 잡히나’라는 칼럼을 쓴 것도 그 때문입니다. IT와 車가 뒤섞이면서 지층이 흔들리는데 국내 1등 내비 업체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거죠. 글로벌에 눈길을 주기엔 국내 싸움만도 벅차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미래 차는 현재 두 가지 형태로 변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동력(動力)의 전환입니다.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 소재의 배터리로 갈아타는 일입니다. 전기차나 수소차가 핵심이지요. 화학·전지업체들이 주목되는 이유죠. 둘째는 차의 IT화입니다. 인공지능·빅데이터·통신 ·IoT·칩 등 현존하는 그리고 앞으로 나올 모든 IT 기술이 차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차의 쓰임새가 확 달라진다는 의미죠.

차의 쓰임새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순간이 바짝 다가온 겁니다. 영국의 적기조례 이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크게 완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제 그 역할과 가치는 크게 줄어듭니다. 인류가 차에 원하는 게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죠. 목소리만 주고받던 휴대폰의 쓰임새가 거의 무한으로 확장됐듯 차의 쓰임새 또한 거의 무한으로 확대돼야하는 시간이 된 거죠.

누가 이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을까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지금 그 싸움을 하고 있는 겁니다. 궈밍치는 그 적임자 중의 하나를 애플로 보는 거구요.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를 통합하는데 그 어느 회사보다 강점을 갖고 있다는 말이 그 뜻입니다. 그게 바로 스티브 잡스 팬덤 현상의 근거기도 하구요. 그는 이제 죽고 없지만 애플 기업 문화에 계속 살아 있다고 보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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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밍치가 애플 카 출현 시기를 5~7년 뒤로 본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발전 수준, 자율주행차를 위한 여러 기술 수준, 또 자율차가 보편화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제도의 혁신 등을 감안한 계산법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자율차 개발 소식은 상대적으로 애플보다 구글에서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도 애플 카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은 것은 여전히 잡스의 상상력 때문일 것입니다.

잡스는 죽었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