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묻는다…폰을 왜 접으려하나②

[이균성 칼럼] 3년 전 질문 다시하기

데스크 칼럼입력 :2018/08/14 14:11    수정: 2018/11/16 11:16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갤럭시노트9 공개 이후 한국 기자들과 따로 만나 “폴더블 스마트폰의 '최초 타이틀'을 굳이 뺏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가능하면 중국의 화웨이 등 경쟁사보다 먼저 내놓겠다는 거죠. 또 ”품질과 내구성 등의 문제를 극복하고 공개를 위한 마지막 능선을 넘어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초’를 말해도 좋을 만큼 개발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뜻이죠.

고 사장은 특히 “테크놀로지 리더십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맞습니다. 테크 기업에겐 ‘세계 최초’ 타이틀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삼성의 반도체는 거의 모든 제품이 ‘세계 최초’입니다. 아직까지는 경쟁 업체들과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죠. 통신 영역에서는 요즘 화웨이가 이 표현을 즐겨 사용합니다. 그 덕분인지 삼성 폰 점유율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곳도 바로 화웨이이죠.

지난 2분기에만 삼성은 1천만대 가량의 시장을 화웨이에게 넘겨줘야 했습니다. 처음엔 가성비를 이야기하더니 이제 기술로 맞장을 뜨자고 나옵니다.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 1위 기업입니다. 통신 기술에 관한한 세계 최강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극구 반대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5G 시대의 통신 시장에서 상당한 지분을 갖는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 폴더블폰 특허 중 하나 (사진=삼성전자/WIPO)

화웨이의 경우 통신 관련 장비와 단말기의 포트폴리오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첨단 통신 기술과 제조 기술이 결합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지요. 화웨이의 마케팅 포인트가 ‘가성비’였을 때까지만 해도 삼성 폰의 최대 경쟁자는 아이폰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최대 경쟁자가 바뀐 듯합니다. 아이폰으로 인한 타격보다 화웨이 폰으로 인한 타격이 더 우려될 만큼.

삼성에게는 ‘잠재적 위협’이 이제 ‘구체적 위협’으로 변한 것입니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입니다. 원래 달아나는 놈보다 같은 방식으로 좇아오는 놈이 더 무서운 법입니다. 그 방식으로 다른 놈을 잡아본 경험이 있다면 그 추격은 더욱 무서운 것이죠.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그래서 도망갈 때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최선책입니다.

그래서였습니다. 2015년 9월이니 얼핏 3년 전이네요. 같은 제목의 칼럼을 썼던 게 말이죠. 당시만 해도 삼성이 폴더블폰을 언제 내놓을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을 때였습니다. 단지 어느 기업보다 많이 특허를 출원하던 상황이지요. 섣부른 매체는 2016년 초면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기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삼성이 새로운 폼펙터를 주도하고 그 폼펙터가 매력적이라는 데는 동감했습니다.

그런데도 삼성에 도발적인 제목의 칼럼으로 질문을 던졌던 건 뭔가 하나가 빠진 게 아닐까하는 지레짐작 때문이었습니다. 10년 동안 삼성을 괴롭혔던 애플의 경우 테크 기업이면서도 ‘세계 최초’라는 자료를 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테크 기업으로서 최초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영 기법이 늘 부러웠습니다. 미국 IT 기업들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던 것이죠.

한때 최초였던 미국 전자 기업은 많은 것을 일본에 빼앗겼고, 일본은 또 한국에 빼앗겼지요. 이제 그런 것들이 중국으로 넘어갈 차례고요. 애플도 그걸 알 겁니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추격자들에게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 말이죠. 그래서 애플은 테크 지상주의나 최초 타이틀에 매몰되는 대신에 뭔가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거라고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은 부러운 그 무엇요.

3년 전 삼성에 던진 질문이 그것입니다. 폴더블폰은 상당히 매력적인 폼펙터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준비하시되 만들어 놓고 남 좋은 일만 시키지는 마시라. 그걸 내놓을 때는,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을 때 단지 단말기만 선보인 것이 아니라 운영체제(OS)와 앱 생태계를 함께 함으로써 절대 아성을 구성한 것처럼, 삼성 또한 또 다른 무엇인가가 함께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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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없다면 바로 따라잡힐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몇 번을 접었다 펴도 멀쩡한 기술, 그 기술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도 불량이 없을 양산 기술, 그건 기본이고, 그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이며, 소비자를 어떻게 매료시킬지, 그 고민이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얼마 전 칼럼 ‘34만원의 갤럭시와 81만원 아이폰 차이’ 또한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를 한 지가 벌써 3년이나 됐군요.

고 사장은 그날 한국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깜짝 놀랄만한 혁신보다 고객이 받아들이는 혁신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이 말은 상업용 제품 시장에서는 기술의 혁신 못지않게 쓰임새의 혁신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번역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길로 한 발자욱 더 진전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삼성이 내놓을 폴더블폰이 진짜 기다려지는 이유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