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울페이 성공을 위한 세 가지 조건

기자수첩입력 :2018/07/25 15:12    수정: 2018/07/25 15:13

서울시가 25일 소상공인에 대해 수수료 부담을 없애는 결제서비스 일명 '제로페이'의 개요를 공개하고 연내 시범운영을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서울페이'로 시작했던 이 결제서비스는 부산광역시와 인천광역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역시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이름이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로 다소 길게 바뀌었다. 서울에서만 소상공인에게 혜택을 주는 것만으로는 전국 자영업자에겐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알려진 대로 이번 서비스의 결제 방식은 신용카드와 밴(VAN)의 통신망을 이용하지 않고, QR코드와 은행 계좌 이체 기반으로 이뤄진다. 매장에 설치된 결제단말기(POS)를 이용하거나 QR코드 리더기를 설치해 결제 정보를 전달하고 물건 구매자와 판매자 간 은행 계좌 이체로 결제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소상공인만이 아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유인책으로 소득공제비율을 40%로 제시했다. 체크카드와 현금 사용에 대한 소득공제비율이 30%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가 QR코드를 활용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까. 물론 아니다. 페이코와 카카오페이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행 중이지만, 성장세가 눈에 띄진 않는다. 이유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보다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긁는 게 더 단순하기 때문이다. 폰을 꺼내 앱을 켠 후 QR코드를 보여주는 절차 자체가 편하지만은 않다는 게 소비자들의 주된 반응이다.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카드사의 마케팅을 이겨낼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카드사들은 오프라인 간편결제 사업자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카드를 출시하고 있다. 얼마 전 페이코와 우리은행은 제휴를 맺고, 카드 사용 시 페이코 포인트를 1.5%(월 최대 1만포인트)적립해주는 카드를 내놨다.

QR코드 이용시 얼마 만큼의 포인트를 쌓아줄지도 관건인 셈이다. 서울시는 간편결제 사업자와 제휴를 맺은 카드를 사용할 경우 소상공인이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비자 유인책을 잘 마련하지 않으면, 세금만 낭비하는 모양새를 연출할 수 있다. 또 신용카드사가 밴사에 수수료 부담을 떠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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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앞줄 왼쪽 여섯번째부터)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플랫폼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협약서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취지에 맞게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은행 계좌 이체 방식 기반이다 보니 소액결제에만 이용돼 소상공인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소상공인회 역시 신용기능이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소상공인의 범위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유흥업소와 동네 병원과 약국은 제외하는데 의견을 모은 상태다. 다만 서울시는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덧붙여 수많은 핀테크 사업자들의 우려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복과 과잉투자를 막기 위해 공동 QR코드 개발과 기술 표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 수준이라고는 해당 부처 관계자가 거론했지만, 다양한 결제 사업자들의 혁신을 가로막아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