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0원에 가깝께 해주는 이른바 '제로(Zero) 페이'에 대해 민·관 의견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할 경우 연말소득정산 시 소득공제의 혜택을 늘리는 방안으로 소비자들의 참여 확대가 가능하다고 자신하는 반면, 민간업체들은 제로페이 구상 자체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제로페이, 어떻게 활성활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이나 영세 신용카드 가맹점이 지불했던 신용카드 및 밴(VAN)사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게끔 새로운 결제 방식을 도입하자는 내용이 주 골자다.
서울시는 다음주 이를 적용한 '서울페이'를 발표할 예정이고, 중소기업벤처부는 소상공인페이에 대한 기술 표준 작업을 시행해 내년 상반기 중 사업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가 주도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의 간편결제 플랫폼 사업자(페이코·카카오페이)를 활용하거나 QR코드 촬영을 통한 스마트폰 결제 등의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신용카드의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 수수료 0원을 만들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렇다고 해서 간편결제 플랫폼 사업자를 통하더라도 수수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QR코드 촬영으로 결제해도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이체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은행 이체 수수료가 붙게 된다. 신용카드사처럼 간편결제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이용 수수료 역시 부과된다.
은행과 간편결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수수료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실상 제로페이가 현실화되기 힘든 부분이다.
서울시 김태희 경제진흥본부 경제기획관은 이와 관련 "판매자가 소비자의 QR코드를 찍어서 송금을 하면 판매자 계좌로 바로 입금되는데 플랫폼 운영자가 매매 정보를 받아 은행에 계좌이체 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여기서 수수료가 발생한다"며 "소상공인에 대한 은행 이체 수수료 제거와 플랫폼 사용자의 이용 수수료 제거가 제로페이의 선결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역시 주요 플랫폼 운영자와 은행에 소상공인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말아달라는 점을 요청한 상태다.
김태희 경제기획관은 "사업자와 은행들과 논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내주 중 업무협약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간과 학계는 정부의 무리수라고 반박했다.
박경양 하렉스인포텍 대표는 "비용을 누구한테 받아라, 받지 말아라고 해선 안된다. 은행 보고 출금·이체 수수료를 받지 말라는 것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모바일카드 경우에도 통신사가 한 카드사의 칩만 내장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카드사는 아예 모바일 카드 발급을 하지 말자고 입을 모았다"며 "(제로페이에) 자발적인 참여 구조가 필요하다. 팔목을 비트는 구조로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경희대학교 이경전 경영학과 교수 역시 "제로페이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가격을 정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쟁이 촉발돼 가격이 제로로 가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이경전 교수는 "제로페이에 집중하기 보다는 노상주차나 과외 등 새로운 결제 분야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공공기관이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주차장에서 QR코드 결제를 도입, 결제액이 늘어나고 불법 주차도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이 교수는 부연했다.
은행권 역시 제로페이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제로페이에 동참할 경우 은행의 영업이익 중 핵심 항목인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서다.
주요 은행 관계자들은 "참여하기도, 참여하지 않기도 곤란한 상황"이라며 "참여하면 줄어드는 수수료 이익을 보전할 방법을 생각해야한다. 반대로 불참하면 사회공헌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다양한 지방페이들이 난립하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이 이를 외면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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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지방페이나 소상공인페이에 대한 중복 투자와 사용자 불편을 지양하기 위한 기술 표준화 작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벤처부의 권대수 소상공인정책관은 "소상공인페이를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통합 플랫폼으로 구축하는 등의 기술표준을 8월까지 마련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