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개입하는 정부, '착한 척 하지말라'

[기자수첩] 소상공인 수수료 0원 무리한 개입

기자수첩입력 :2018/07/20 16:51

100원짜리 사탕이 있다. 그런데 사탕이 지나치게 비싸 먹지 못한다고 서민들이 강한 불만을 표출한다.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결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제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답을 두 가지 제시해본다. 1번은 사탕제조업체에 방문해 사탕 원가를 공개하고 해외 사탕업체들과의 가격 비교를 공개한다. 즉, 사탕업체가 과도하게 사탕값을 책정했으니 사탕값을 내려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는 것. 2번은 사탕을 사먹을 수 있도록 정부가 세금으로 50원 정도를 지원하고, 50원짜리 사탕 바우처를 서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둘 중 뭘 선택하더라도 서민이 사탕을 사먹을 수 있게 한다는 목표는 충족시킬 수 있다. 다만 당장 사탕값을 내려야 하는 사탕공장장은 어쩌면 가격 절감을 위해 수십년 동안 같이 일했던 몇명의 직원을 내보내야 할 수 도 있다. 쥐꼬리같은 월급쟁이들은 사탕값 보전을 위해 세금이 인상돼 팍팍한 살림살이를 이어나갈 수도 있다.

지금 문재인 정부도 이와 같은 정책을 펴는 데 여념이 없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로 힘든 소상공인의 굽은 허리를 펴주겠다는 것은 문제가 없다. 문 정부는 신용카드 결제망을 쓰지 않고 다른 결제 방식을 제시해, 영세 상인에게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다. 어떻게?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입된 모든 은행에게 수수료를 받지 말라고 하면서다.

소상공인이 당장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돼 좋을 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웃을 일만은 아니다. 플랫폼 사업자와 은행은 이후 수수료를 받아서든, 아니든 잡아뒀던 경영 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 있다. 결국 회사는 가장 쉬우면서도 잔인한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시나리오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내쫓긴 직원들은 돼지껍데기 집에 가서 소주 한잔 걸치기 힘들 것이다. 월급이 없어서다. 결국 돼지껍데기 사장님은 줄어든 고객에 가게를 정리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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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와 공급, 소비와 생산 등 짝을 맞춰서 돌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과한 망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매출을 이유로 실적을 압박하고, 직원을 해고하는 경우가 도처에 널려있다. 당장 신용카드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여신금융협회도 올해 다양한 방식의 결제로 인한 경쟁으로 영업악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에게 과한 수수료를 받는 신용카드사는 정부에게 악(惡)일진 몰라도, 신용카드사 직원들은 죄가 없다.

소상공인, 영세 가맹점주, 서민을 위한 정책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앞에선 서민을 위한 정책이 뒤에선 서민의 목을 죄는 결과를 불러오기가 딱 좋은 게 바로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일이다. 가격은 시장 스스로 정해야 하며, 공정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서민을 위하는 척만 하는 포퓰리즘일 뿐이다. 신용카드 대신 쓸 만한 결제 수단을 내놓는 곳에 생기를 불어넣어줘야지, 오히려 그들의 영업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