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러분이 쓰고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있습니까? 여기저기서 블록체인 외치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쓰고 있는 서비스는 현재 없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암호지갑을 갖고 있거나, 거래소 계정을 가지고 있는 크립토유저들은 굉장히 소수입니다. 저희 그라운드X는 크립토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가 아닌 논크립토 사용자, 즉 거래소에 관심 없는 일반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겁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비욘드블록스서밋 서울2018’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라운드X는 카카오가 만든 블록체인 자회사로,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한다. 지난 3월 일본 법인으로 설립됐다.
한 대표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왜 카카오가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었는지, 그라운드X가 만들고자 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발표했다.
■ “카카오의 도전과제는 사업·시장 확대…블록체인은 좋은 도구”
카카오는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멜론, 카카오택시, 카카오뱅크 등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를 갖고 있다. 한 대표는 “이미 충분한 사용자 기반을 갖고 있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왜 또 블록체인에 뛰어드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카카오처럼 꽤 성장한 기업도 항상 도전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도전은 사업 확장과 시장 확대다. “카카오는 한국에서는 큰 시장을 갖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글로벌로 진출해야 할 요구와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요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을 새롭게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장에 있던 마켓리더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카카오는 경쟁하면서 시장을 뺏어올 수 있는 훌륭한 도구로 블록체인을 택했다. “돈을 쏟아부어 마케팅해 뺏어올 수도 있지만, 블록체인을 잘 뜯어보면 새로운 시장, 산업 영역을 개척할 때 굉장히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블록체인은 기존의 산업영역을 파괴하는 특성이 있어 비즈니스 규칙을 아예 바꿔버린다”며 “기존 1, 2, 3위 사업자들이 정신 못 차릴 수 있어서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킬러 서비스로 거래소 아닌 서비스에 관심 있는 사용자 모아야”
그라운드X가 그리는 블록체인 플랫폼은 그럼 어떤 모습일까. 그라운드X 는 블록체인 가치를 증명하는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블록체인은 위기라고 말했다. 사용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실제 크립토 사용자들은 아무리 해도 1억 명이 넘지 않는다. 인터넷 사용자 전체 순위의 1%도 안 되는 소수의 사람만이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블록체인 세계가 계속 이대로 가면 굉장한 위기가 올 수 있다”면서 “블록체인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대표는 블록체인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크립토유저들에게 열심히 서비스하는 게 아닌 논크립토 사용자들, 거래소에는 관심 없지만 서비스에는 관심있어 하는 일반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라운드X 방향도 논크립토 사용자를 타깃으로 한다. 초점은 서비스다.
그는 “논크립토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비스가 중요하다”며 “서비스가 없는 플랫폼은 공허하며, 플랫폼의 성공은 결국 킬러 서비스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 “탈중앙화는 도구...사용자 이용 쉽도록 UI, UX 개선해야”
한 대표는 이미 잘 굴러가는 중앙화된 시스템을 무조건 탈중앙화해 사업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탈중앙화의 철학에는 공감하는 바가 크다. 미래도 결국은 탈중앙화 방식으로 가게 될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탈중앙화가 블록체인의 모든 게 아니고, 모든 블록체인 서비스가 탈중앙화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한재선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 모든 서비스를 탈중앙화하는 것은 현실적인 옵션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카카오 서비스 중 하나를 탈중앙화할 수 있다. 하지만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굳이 왜 탈중앙화해야 하나”며 “오히려 카카오톡 같은 경우는 탈중앙화 방식이 더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부분 서비스는 복잡하고 그 안에 많은 요소가 있기 때문에, 요소 일부분은 탈중앙화해 사용자한테 새로운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면서 “결국 탈중앙화는 골(목적)로 보는 게 아니라 툴(도구)로 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 탈중앙화로 무장한 스타트업서 '새로운 구글'이 나올 수도...
반면 스타트업과 같은 기업은 탈중앙화된 메신저, 커머스 등을 열심히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대표는 “새롭게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탈중앙화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그들이 새로운 구글이 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와 같은 큰 기업과 스타트업은 그렇게 투 트랙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 때,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도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 앱을 쓰려면 월렛을 깔아야 하고, 결제할 때마다 매번 로그인 정보를 써야 한다. 또 메모장에 써놓으면 해킹당하기 때문에 종이에 따로 써놔야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인터페이스”라면서 “UI, UX가 너무 어려워 부모님 세대들을 블록체인 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이 유지되면 블록체인 사용자 수는 늘어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라운드X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UI, UX 개선에 차별성을 둔다.
한재선 대표는 “카카오는 카카오 뱅크와 같은 서비스와 많은 사용자를 기반으로 UI, UX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를 블록체인 플랫폼에 적극 접목할 것”이라고 밝혔다.
■ "블록체인 서비스 위해 플랫폼 만드는 것"
한 대표는 이어 토큰월드가 물리적 세계와 결합되는 것을 누군가는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열심히 블록체인 서비스를 써 토큰을 받았지만, 이 토큰을 법정화폐로 바꾸려면 거래소를 가야 되는데, 오늘 가격과 내일 가격이 다른 상황이 발생한다”며 “토큰을 받으면 그 정도 가치의 재화를 얻을 수만 있으면 되는데, 투자에는 관심 없는 사용자들이 왜 이런 토큰 변동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고민을 해야 하나”고 질문을 던졌다.
그라운드X는 이 부분도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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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선 대표는 “그라운드X는 카카오가 가진 다양한 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하기 위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플랫폼이 아닌 서비스를 강조했다.
그는 “이 플랫폼은 단지 카카오 것이 아닌, 카카오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가진 기업들을 다 같이 참여시켜 같이 운영하는 공동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블록체인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