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IT, AI시대 한복판에 서다

[기자수첩]AI 선택 아닌 필수됐다

기자수첩입력 :2018/06/12 09:38    수정: 2018/06/12 13:21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은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IT 솔루션이다. 기업 경영 및 운영에 관련된 프로세스가 그대로 ERP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ERP는 '혁신'을 수용하는 데 다소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혁신 보다 안정성이 우선된다.

어떤 신기술이 ERP 안에 안착했다면, 이미 충분히 검증됐고 시장에서 강한 수요가 있는 '성숙'단계에 들어선 기술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은 지금 기업 IT 시장에서 완전 메인스트림에 들어섰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개최된 'SAP 사파이어 나우 2018' 행사는 AI와 머신러닝이 ERP 솔루션에 핵심 기능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줬다.

SAP는 세계 최대 ERP기업으로, 지난 2015년 출시한 인메모리 기반 ERP S/4 HANA 고객 기업만 전세계 5만 곳에 이른다. 포춘 500대 80% 이상은 SAP ERP를 사용 중이다.

빌 맥더멋 SAP 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개최된 사파이어 나우 행사에서 기업 IT가 지능화되는 인텔리전트 엔터프라이즈 시대가 열렸음을 선포하고 있다.

사파이어 나우 행사는 매년 3만명이 참가하는 SAP의 연례 최대 IT컨퍼런스다. 이번 행사에선 단연 'AI와 머신러닝'이 주인공이었다. SAP는 기업의 모든 소프트웨어가 지능형으로 진화했다는 의미에서 '인텔리전트 엔터프라이즈'라는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SAP에 따르면 ERP에 AI가 적용되면서 회계 월말 마감 업무는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수작업으로 이뤄졌던 외상매출금 처리가 자동화되면서 공수는 94% 줄었지만 오류는 1% 미만으로 정확도가 높아졌다.

이렇게 머신러닝 지원을 받아 자동화된 업무프로세스는 현재 약 30개다. 연말까지 60개까지 늘리고 3년 내에 전체 ERP 업무 중 절반은 자동화한다는 계획이다.

빌 맥더멋 CEO는 기조연설 무대에서 "AI를 통해 새로운 생산성의 시대가 왔다"고 선언하며 "성장하는 기업에선 사람과 기계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파이어 나우 행사에 참가하면서 기업들에게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기술이 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AI의 도움을 받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쟁력 차이는 어쩌면 다시는 만회할 기회를 얻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질 수 있다.

우선 AI와 함께 일하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를 그렇지 않은 기업이 따라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AP 자체 조사에 따르면 AI는 2030년까지 16조 달러 가치에 이르는 생산성 향상 효과를 내고, AI로 절감한 비용은 매년 4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AI를 도입한 기업만이 이런 효과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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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불어 기업 인재들이 AI 덕분에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보다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경쟁력 격차를 벌리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IT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작은 기업일 수록 AI 도입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AI가 기업 IT 시장에 주류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 도입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