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제27기 정기주주총회가 23일 오전 10시 인천시 연수구 소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렸다. 주총이 열리기 1시간 전인 9시부터 건물 1층과 2층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연령대는 2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골고루였다. 현장 한쪽에선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4명이 셀트리온 로고가 박힌 종이가방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주주도 있었다.
이날 주총 의안으론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임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건 등이 올랐다. 이중 최근 주목을 받은 안건은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이다. 민간 의결권자문사들이 서 회장 재선임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까닭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지난 20일 셀트리온 정기주주총회 의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로 기업 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고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는 서정진 후보 선임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스틴베스트 역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014∼2016년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95.89%”라며 “서정진 후보는 해당 거래의 직접적 수혜자로 볼 수 있으며 당사 가이드라인상 장기적 기업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스킨큐어 등 계열사를 통해 셀트리온을 간접 지배하고 셀트리온 일감을 셀트리온헬스케어로 몰아줘 수혜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기준 셀트리온 최대주주와 주요주주는 셀트리온홀딩스(지분율 20.05%)와 셀트리온스킨큐어(2.13%)다.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스킨큐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현재 최대주주는 서 회장이다.
자문사들 권고와 상관없이 주총을 찾은 주주들 표정은 밝았다. 현장을 찾은 주주 수만 2천700여명, 주총에 출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비율은 51.33%를 기록했다. 보통 결의뿐만 아니라 특별 결의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총은 순조롭게 진행돼 개회된 지 30분 만에 모든 의결 안건이 승인됐다. 서 회장 사내이자 재선임건도 주주들의 박수를 받으며 승인됐다.
주주들 지지에 호응하듯 해외 출장 중인 서 회장은 주총 질의응답 시작 전 깜짝 음성통화 연결로 30여분간 사업 전략과 비전을 전했다.
서 회장은 “3월부터 프랑스 시장을 검토하고 스페인, 포르투칼, 영국을 거쳐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다. 내일부터 스위스, 독일, 핀란드를 거쳐 6월 내 전 세계 시장 돌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에 직접 가서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나 의료인들, 판매 담당 기업이 흡족해하는지 확인하고 개선할 점을 찾아서 해결하려고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서 회장은 또 “현재 유럽이나 미국에서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의 브랜드가 됐다”며 “백신과 신약 개발도 추진 중이다. 2021년에 신제품을 런칭하고 2025년 추가로 8개, 2030년엔 17개를 목표로 제품 선정해 선행적 개발을 하고 있다. 2020년까지 전 세계서 종합제약회사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신과 셀트리온 등에 쏠린 일감 몰아주기, 기업가치 훼손 등에 대한 의혹, 우려를 덜어내는 발언도 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배당 등으로 얻은 수익은 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어려운 곳에 쓰려고 한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기존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지 않고 새로운 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새로운 기업을 발굴하는 데 과감하게 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셀트리온그룹에는 제 아내, 아이들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가 없다. 순환출자도 없다”며 “우리 그룹은 기존 대기업과 달리 우리나라 국민이 자부심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국내 대기업 인식이 바뀌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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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은 서 회장이 사업 전략 설명이나 주주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끝낼 때마다 박수로 지지의사를 보냈다. 장원교 셀트리온 소액주주운영위원회 위원장은 “만 8년째 셀트리온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40대 남성 주주는 “주주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고 주총이 진행된 것은 서 회장을 신뢰하기 때문”이라며 “외부에선 우려도 있다지만 주총장에서 발표한 목표대로 셀트리온을 잘 키워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