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 삼성전자가 창립 48년 만에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3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2분기)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2013년 3분기 매출 59조800억원, 영업이익 10조1천600억원 기록을 갈아치우고 연간 영업이익 50조원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2년 2분기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채 10조원과 2조원(매출 9조9천400억원/영업이익 1조8천7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정확히 15년 만에 양적으로는 6배, 질적으로는 7배 성장한 셈이다.
2000년대 디지털 혁명으로 대변되는 세계 IT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중국의 추격 속에 이룩한 성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단순히 숫자 이상이다. 60년대 하드웨어 제조기업으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이처럼 빠른 성장을 일궈낸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같은 빛나는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과거 심은 씨앗의 열매다.
삼성전자는 1969년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라는 사명으로 자본금 3억3천만 원을 갖고 소니 등 일본 전자산업을 롤 모델로 문을 열었다. 첫해 매출은 4천만 원. 흑백TV를 만들어 수출도 했지만 그 뿐이었다. 고부가가치 기술이 없다보니 이익은 박했다.
일대 전기를 맞은 것은 1983년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이 일흔 넷의 나이에 시작한 메모리 반도체 사업.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반도체 사업은 삼성뿐 아니라 한국경제를 첨단 산업구조로 바꿔 놓았다.
반도체가 주춧돌을 놓았다면 휴대폰은 오늘날 삼성전자의 기둥이 됐다. 누구나 하나씩 갖고 다니는 소비자 범용 제품으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과 삼성을 알린 것이 바로 '애니콜'과 '갤럭시'다.
아날로그 시절 모토로라 아성에 밀려 사업 포기까지 고민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불량품 화형식까지 치루며 2003년 노키아, 모토로라에 이어 세계 휴대폰 3강 구도에 처음 진입한다. 첫 휴대폰을 출시한지 15년 만에 이룬 업적이다. 2011년엔 스마트폰의 원조 애플을, 2012년에는 피처폰(일반폰)의 원조 노키아를 차례로 제치고 명실상부 글로벌 휴대폰 제조업체 1위 자리에 올랐다.
올 2분기 삼성은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서만 3~4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문은 매출 17조4천억원을 기록해 '반도체 제왕' 인텔(16조5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자산업 후발주자로 시작해 악착같은 추격 끝에 TV, 휴대폰에 이어 반도체까지 세계 1위에 올라선 기업은 삼성전자가 거의 유일하다.
그렇다고 삼성에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TV와 스마트폰 이후 내세울 차세대 범용 제품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 단계에 들어섰고 미국 애플과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지 오래다. '갤럭시노트7' 사태가 또 다시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TV 역시 일본 소니의 부활과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기술 패러다임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 반도체 또한 사업 특성상 전자산업 주기에 크게 의존하는 탓에 언제 부침을 겪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9조원을 쏟아 부어 하만을 인수하면서 미래 자동차 전장산업(B2B) 부문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두 해 만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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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아직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더 성장을 해야만 한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시가총액이 이미 800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따져보면 이제 300조원을 갓 넘긴 삼성전자가 가야할 길은 멀고 험난하다. 경쟁자들이 AI(인공지능), 자율차가 지배하는 미래를 고민하고 뛰고 있는 마당에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도 삼성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밖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이라고 떠들썩하지만 그렇다고 안에서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라며 "먼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투자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 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단군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축포를 터뜨릴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