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IT 패권전쟁이 본격화되는 걸까?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구글에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대서양을 사이에 둔 양측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C는 27일(현지시간) 구글이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하면서 검색 시장의 지배적 위치를 남용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불공정 행위를 한 구글에 24억2천만 유로(한화 약 3조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EC는 이날 “구글 검색 쿼리 17억개(5.2 테라바이트)를 분석한 결과 구글이 온라인 쇼핑 경쟁 서비스는 검색 결과의 네 번째 페이지에 표출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EC는 구글 측에 90일 이내에 시정 조치를 취하라고 경고했다. 이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과징금이 부과된다.
■ 베스타게르 집행위원, 미국 기업 연이어 제재
이번 공세를 주도한 것은 마르그레테 베스타케르 EC 경쟁 담당 집행위원이다. 반독점 규제에 대해 특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베스타게르가 집행위원이 된 이후 EC의 칼 끝은 더 매서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 IT 기업들이 주된 타깃이 되고 있다.
구글 뿐 아니라 페이스북은 이미 유럽 여러 나라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메시지 서비스 왓츠앱을 인수하면서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1억1천만 유로의 과징금을 맞았다.
그 뿐 아니다. 페이스북은 프랑스에선 이미 사생활 보호 규정 위반 혐의로 15만 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유럽연합(EU) 내 다른 나라들도 페이스북의 사생활 침해 여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해엔 애플이 철퇴를 맞았다. 역시 베스타게르 EC 집행위원은 애플 측에 아일랜드를 통해 탈세한 13억 유로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선언했다.
EC는 구글에 대해선 특히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쇼핑 검색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비즈니스 관행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어 추가 제재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도 유럽 당국의 제재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유럽최고재판소가 우버에 대해 “IT 회사가 아니라 택시회사”라고 판결한 것. 이에 따라 우버는 유럽에서 영업할 때 엄격한 제재를 받게 됐다.
■ 구글 쇼핑 검색 관행에 대해 미국 FTC는 사실상 면죄부
이에 따라 미국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EU의 미국 인터넷 기업 제재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해 왔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2015년 미국 IT 매체 리코드와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이 인터넷을 만들고 확장시켰을 뿐 아니라 완벽하게 만들어냈다”면서 “미국은 인터넷을 소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조에 따라 EU의 각종 제재 조치에 대해 ‘보호무역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미국에선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선 반독점 제재에도 신중한 편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는 구글의 쇼핑 비교 검색 서비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도 일부 수정 외엔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미국 디지털 문화전문 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미국 규제 기관들은 “소비자들에게 두드러진 피해를 입힐 때 한 해” 반독점 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 기준을 적용할 경우 구글의 쇼핑 비교 검색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편익을 제고한 것이란 시각이 미국 내에선 적지 않다고 와이어드가 전했다.
올해초 출범한 트럼트 행정부는 특히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구글 제재에 대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트럼프는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선 그다지 친화적인 편이 못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 해 대선 기간 내내 힐러리 클린턴 지지 성향을 보여왔다.
인터넷기업들에 대해 강한 유대를 보였던 오바마 대통령과는 성향이 조금 다를 수도 있단 얘기다.
■ 트럼프는 어떤 반응 보일까
과연 EC의 구글 제재는 미국과 유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강경파’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가 이끄는 EC 경쟁위원회와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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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터넷 산업보다는 전통산업 쪽에 더 강한 관심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EC의 공세에 대해 어뻔 반응을 보일까?
세계 경제를 양분하고 있는 미국와 EU의 향후 행보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