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제왕’ 구글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유럽에서 고강도 제재를 받게 됐다.
쇼핑 검색 때 광고료 지불한 업체들을 우대한 게 문제가 됐다. 부과된 과징금만 24억2천만 유로. 우리 돈으로 3조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그 뿐 아니다. 구글은 90일 이내에 ‘성의 있는’ 시정 조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매일 과징금이 부과된다.
제아무리 구글이라고 해도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유럽에서 구글의 시련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쇼핑 검색은 구글에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아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쇼핑 관련 검색 광고 수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선에서 서비스를 개편하는 쪽으로 대응할 수는 있다.
■ 오바마→트럼프로 대통령 교체도 구글에겐 불리
하지만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관심을 갖고 있는 안드로이드 쪽은 얘기가 다르다. 현재 구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미 EC는 지난 해 4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반독점 행위를 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단말기에 검색을 비롯한 자사 앱을 기본 탑재하도록 한 부분 등을 문제 삼았다.
EC는 이와 함께 구글이 '안드로이드 포크(Android forks)’란 변종 안드로이드에 대해 불이익을 가한 부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포크란 아마존처럼 최소한의 소스코드만 활용해 자체 구축한 것을 의미한다. 포크 버전은 안드로이드 마켓을 비롯한 구글 핵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와 함께 구글이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묶음 제공하면서 경쟁 앱을 차별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었다.
여기에다 애드센스로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반독점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한 때 마이크로소프트(MS)가 타깃이던 브라우저 부문 역시 구글 쪽으로 파편이 튈 가능성이 있다. 크롬 때문이다.
정치적인 상황 역시 구글에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버즈피드가 잘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친 인터넷 성향’이 강한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자국 인터넷 기업 보호 쪽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다 구글 고위 임원들도 민주당 지원 성향이 강했다. 실제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 유세 때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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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해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구글의 전략에도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공화당 행정부가 민주당과 깊숙한 관계를 갖고 있는 기업을 위해 적극 나서줄 유인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구글은 지금 유럽에서 상당한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2000년대 초반 브라우저 끼워팔기 때문에 위협을 당했던 MS보다 더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