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 경쟁분과위원회가 미국 인터넷 기업인 구글에 대해 불공정거래 혐의로 24억2천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3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EU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2009년 미국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부과 받은 10억6천만 유로(1조3천500억원) 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액수다.
EU는 "구글은 유럽의 온라인 검색 엔진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구글 자회사인 비교 쇼핑 서비스에 불법적인 이점을 제공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 소재한 구글 본부에 90일 내에 이 같은 지위 남용 행위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이 기간이 지나도록 남용 행위가 개선되지 않으면 EU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전세계 평균 매출액 중 5%에 달하는 추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U 경쟁 당국은 지난 2010년부터 구글이 온라인 검색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자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사 쇼핑, 여행, 지역 검색 등의 서비스에 혜택을 줬다는 혐의로 조사를 벌여왔다.
이 밖에 EU는 구글의 애드센스 광고서비스와 안드로이드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등의 문제로 구글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애플, 아마존,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EU, 미국 기업 전방위 공격… 韓 규제 당국도 규제 움직임
이처럼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IT 공룡 기업에 대한 EU의 공격은 오랜 시간 동안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EU는 이들에 대해 반독점, 개인 사생활 보호, 탈세 이슈 등의 명분을 내세우며 온갖 규제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미국 IT 기업들의 기술들을 따라잡아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대 기업들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IT 기업 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국내 규제 당국도 구글, 페이스북 등을 겨냥한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국내 주요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글로벌 IT 대기업의 정보 독점과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관심을 갖고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전 세계적으로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T 공룡들에 대한 경계령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김 위원장은 구글, 페이스북 등이 빅데이터 수집, 활용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국민 세금으로 구축한 통신망을 아무 비용 없이 활용해 정보를 싹쓸이하는 행태도 연구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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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 업계는 김 위원장 발언이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 국내 기업 간의 공정 경쟁 여건 마련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번 3조원이 넘는 EU의 과징금 부과 결정은 국내 규제 당국에게 큰 시사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