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디지털 패권 전쟁의 포성은 언제 울릴 것인가?
'디지털 단일 시장'이란 거대한 꿈을 키우고 있는 EU가 안방을 휘젓고 있는 미국 기업들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면서 양측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리코드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안드러스 안십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부위원장은 6일(현지 시각) 정오 브뤼셀에서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의 기본 목표는 제품, 사람, 서비스 및 자본이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개인이나 기업이 온라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공정한 경쟁 조건에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EC는 주장하고 있다.
■ 명분은 국경 넘나드는 거래 활성화, 속내는 미국 기업 견제
EC는 '디지털 단일 시장'이란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영역도 적시했다.
첫째.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국경을 넘나드는 전자상거래 규칙.
둘째. 고품격의 국경을 넘나드는 배송 서비스.
셋째. 지역 차단(geo-blocking) 불허.
넷째. 디지털 콘텐츠에 좀 더 잘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저작권법 골격.
다섯째. 부가가치세 단순화.
EC는 이런 조건을 실현하기 위해선 정보통신기술(ICT)망이 좀 더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대안 중 하나로 EC가 내놓고 있는 것이 단일 통신 시장 패키지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재 적용되고 있는 모든 규칙을 검토한 뒤 새로운 것을 제안하겠다는 것이 ‘디지털 단일 시장’ 아젠다를 주도하고 있는 안드러스 안십 부위원장의 기본 입장이다.
유럽이 ‘디지털 단일 시장’이란 개념을 들고 나온 이유는 명확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미국 플랫폼 기업들이 안방을 유린하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순 없다는 절박한 위기 의식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안십 EC 부위원장이 6일 공개할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에는 검색엔진, 소셜 미디어, 가격 비교 사이트 등 플랫폼의 역할에 대한 광범위한 평가 작업을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 플랫폼들의 정보 활용-이용 제한 사례 조사
파이낸셜타임스가 공개한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 초안에는 EC가 대가를 받고 광고나 링크를 제공하는 관행을 포함해 검색 결과의 투명성이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한다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플랫폼들이 입수한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려는 개인이나 기업들에게 제한을 가하지는 않는 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도록 돼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EC는 “일부 플랫폼들은 온라인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에 있는 여러 사업자들이 보상받는 방법에 대해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이란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국 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 기업들이 중심이 된 컴퓨터 및 커뮤니케이션 산업 연맹이 즉각 “플랫폼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정말로 나쁜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들은 신문을 비롯해 전자상거래 사이트부터 자동차까지 거의 모든 산업이 디지털 플랫폼이 되고 있다면서 EU의 움직임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컴퓨터 및 커뮤니케이션 산업 연맹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이베이,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 유럽 의회-이사회 승인 받을 경우 본격 발효
물론 EC가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을 발표한다고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 의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럽이사회는 EU 회원국 국가 원수 또는 정부 장관과 유럽 의사회 의장, 유럽 위원회 위원장으로 구성된 의결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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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럽 의회가 지난 해 11월 구글 분할 결의를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유럽 각 기관들의 미국 기업들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따라서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이 그대로 유럽의 단일 입장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 정부 역시 자국 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선 양측의 디지털 패권 전쟁이 본격적으로 불을 뿜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