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구글 제재는 여러 측면에서 문제적이다.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EU의 미국 IT 기업 견제다. EU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최근 들어 미국 IT 기업들에 대해 강하게 옥죄고 있다.
그런데 EC의 미국 IT 기업 견제에도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EU에서 엄청난 돈을 벌어가면서 정당한 세금을 안내고 있다.
둘째.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서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
아일랜드를 통해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애플이 대표적인 첫 번째 사례다. 김상조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 페이스북 등의 비즈니스 사례를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 역시 첫 번째 사례와 관계가 있다.
■ EC와 미국 FTC의 '같은 사안, 다른 해석'
이번에 EC가 구글에 3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과징금을 매긴 것은 두 번째 경우에 해당된다. 일반 검색시장의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 비교 쇼핑 분야에서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핵심 골자다.
EC는 크게 두 가지를 지적했다. 구글이 검색 서비스에서 자신들의 쇼핑 비교 서비스를 우대했다. 그리고 그 반대 급부로 라이벌 쇼핑 비교 서비스는 노출을 제한했다.
EC는 “구글 경쟁서비스들은 검색 페이지 네 번째 이후에 노출되는 걸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구글 검색결과 첫번째 페이지가 유발하는 트래픽이 95%에 이르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노출시켜주지 않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게 EC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같은 사안을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는 다르게 처리했다. 구글의 쇼핑 비교 검색 서비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도 알고리즘 일부 수정 선에서 마무리했다.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다.
양측은 왜 다르게 처리했을까? 구글이 미국 기업이란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혐의를 지울 순 없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인터넷 서비스 독점 판단의 기준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이 부분은 기술 비평 전문가인 벤 톰슨이 스트레테커리를 통해 잘 비교해주고 있다. (☞Stratechery 바로 가기)
미국에선 독점 판단의 기준이 ‘소비자 편익’과 가격이다. 이런 기조는 레이건 행정부 이후 줄곧 유지돼 왔다. 가격 횡포가 뒤따르지 않는 한 불법적인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단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
반면 유럽은 다르다. 유럽 쪽에선 철저하게 경쟁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경쟁을 훼손할 경우엔 ‘반독점 행위’로 판단하게 된다. 구글에 대해 강한 제재를 가하는 것 역시 이런 기조에 따른 것이다.
■ 검색은 공적 서비스일까, 맞춤형 서비스일까
미국과 유럽의 관점 차이와 함께 생각해 볼 문제는 또 있다. 몇 년 전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검색 중립성’ 개념이다.
검색 중립성은 망중립성에서 따온 말이다. 최근 들어 검색이 인터넷의 기간망이나 다름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공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검색을 일반화할 수 있을 것이냔 논리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구글에 어떤 단어를 찾을 경우, 검색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이번에 유럽에서 문제가 된 건 구글의 쇼핑검색 서비스 우대다. EC는 구글이 돈을 낸 기업들의 검색 결과를 우대한 건 ‘중립성 훼손’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구글의 생각은 다르다. 구글은 찾는 상품과 쉽게 연결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게다가 구글 검색은 이용자가 이전에 했던 검색 쿼리를 토대로 최적의 결과를 표출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반론도 펼쳤다.
물론 EC나 구글 모두 ‘검색 중립성’이란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다. 하지만 둘의 공방엔 검색 중립성을 둘러싼 관점 차이가 녹아 들어 있다고 봐도 크게 그르진 않을 것 같다.
■ 구글-페이스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공공의 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건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들을 규제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국경 한계를 뛰어넘는 인터넷의 특성과, ‘디지털 독점’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같은 구글 제재라도 쇼핑 검색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문제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안드로이드는 ‘서비스 끼워넣기’에 가깝다. 굳이 비유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OS에다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끼워팔기 했던 사안과 흡사하다.
반면 쇼핑 검색 이슈는 ‘검색 중립성’과도 관련이 있다. 디지털 서비스에서 정보와 광고의 경계가 어디인지에 대한 고민과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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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페이스북에 벌어가는 만큼 기여하라고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제 아무리 디지털 경제 시대라 하더라도 '벌어가기만 하고, 합당한 세금은 내지 않는' 건 공정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이 역차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런 기본 전제 위에서 ‘디지털 경제’와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격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도 함께 할 때 제대로 된 규제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EC의 구글 제재에 대해 한 뼘 더 들어가서 살펴본 건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