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와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자동차가 이에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자동차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위치 이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자동차는 생활에 중요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애물단지이기도 하다. 구매 시 큰 비용이 드는 고가의 제품이며 구매 후에도 세금, 보험료, 유류 비용 그리고 소모품 관리 등 편리함의 대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기존 자동차 제조 및 공급사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현재 상황이 무척 즐겁고 다채롭다. 그동안, 자동차 시장은 독일의 BMW, 폴크스바켄, 다임러 그리고 미국 GM과 포드 , 영국 재큐어, 프랑스 르노, 스웨덴의 볼보, 일본의 도요타, 혼다 처럼 주요 선진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그리고 최근의 중국 완성차 업체처럼 저렴한 가격과 품질로 무장한 후발업체들이 뛰어들어 점점 치열한 레드오션이 됐다.
최근에는 우버와 리프트, 디디 같이 ICT 기술과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로 무장한 업체들의 차량 공유 서비스부터 테슬라가 선보인 전기 자동차, 자동 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 기능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시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자동차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요인 보다 사용자에 대한 이해이다. 특히, 자동차에 대한 사용자의 사회적, 정서적, 기능적 요구 사항들에 대한 변화를 주목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 정서적으로 과거 자동차는 자신의 신분이나 재산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인식돼 누구나 고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지금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많이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는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미세 먼지와 공해 문제, CO2 배출 등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우리 생활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밝혀짐에 따라 디젤엔진을 장착한 기존 자동차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도심 진입 금지, 주차 공간 확보, 고가의 연비 등 자동차를 직접 소유하기 점점 어려운 환경이 돼 간다. 장기간의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자동차는 점점 더 사용자의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사용자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의 기능적인 품질을 믿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2014년 1월~5월 사이 미국, 중국, 일본,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리콜 현황을 보면 총 219건, 자동차 대수로 2천680만 대다. 리콜의 원인을 보면 2009년 발생한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토요타의 급발진 문제를 비롯해 에어백, 브레이크, 타이어 불량 등 안전과 직결된 기능들의 결함이 다수 포함돼 있다. 선루프 불량 등은 애교로 봐줄 만한 심각한 상황이다.
■ 4가지 방향으로 진행되는 자동차 판 바꾸기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동차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기능들을 필요로 한다. 현재 고급 차량에만 제공되는 쉬프트-락(Shift-Lock, 자동변속기를 P에서 D나 R로 바꾸려고 할때 브레이크를 밟아야 만 작동이 되게 함)이나 차선 이탈 및 졸임 운전 방지 등 안전과 직결된 기능들이 필요로 하고, 자동 주차나 자동 간격 유지 기능, 추월 보조 기능, 자동 주행 기능 등 보다 편리하게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필요로 한다.
안타깝게도 기존 완성차 공급업체들은 현재 이러한 사용자의 자동차에 대한 근본적인 요구와 인식 변화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아마도 귀를 기울이는 순간 매출과 이익이 급감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새로운 패러다임과 ICT 기술로 무장한 업체들이 사용자의 요구에 기반해 자동차 업계의 판을 바꾸고 있다. 전기자동차 제조 기술과 오토파일럿으로 대표되는 주행 지원, 자동 주차 등 각종 차량 편의 서비스 기술력을 갖고 있는 테슬라와 차량 공유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를 자동 주행 분야 등 차량 서비스로 확대하고 있는 우버, 리프트, 중국의 디디(2016년 애플이 10억달러 투자), 그리고 애플이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간편결제 업체인 스퀘어가 워싱턴DC의 택시 회사와 제휴해 택시 결제 분야에 진출했다는 기사를 보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업체의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이들 유관 업체들의 자동차 판 바꾸기는 크게 4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번째는 공해, CO2 배출, 고가의 연비 등 기존 내연 기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전기 자동차로 바꾸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기 자동차의 구동에 필요한 전기를 만드는 방법은 전기 배터리를 활용하는 것과 수소 연료 전기, 하이브리드 등이 있으나 테슬라의 성공을 통해 전기 배터리 방식으로 수렴되고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수소를 공기중의 산소와 결합해 물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연료로 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나 안전하게 수소를 보관하고 충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등 현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기존 전기 공급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전기 배터리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이다. 테슬라의 경우 기존 전력 인프라를 사용하여 135KW, 20분 급속 충전에 500km 주행 거리 제공할 예정이다. 일상 생활에서 평균적으로 200~300km 정도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 기반의 전기 자동차를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함께 자체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다).
둘째, 제품으로서의 자동차에서 서비스로서의 자동차로의 인식 전환이다. 현재 완성차 업체가 제공하는 자동차는 하나의 완제품으로 생산, 판매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구매 후 새로운 편의 기능 추가나 개선이 어렵다. 사용자는 다양하게 제공되는 구매 옵션을 잘 파악하고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사용자는 새로운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아도, 요즘 많이 언급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기능이나 차선 유지 기능, 자동 주차 기능, 자동 간격 유지 기능 등 지속적으로 고도화된 운전 편의 서비스를 제공 받고 싶다. 사용자는 이미 필요한 기능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통해 이러한 것을 학습했기 때문에 다양한 운전 편의 기능을 선택하여 사용하고 공급받기를 원한다. 더구나 이미 테슬라는 이것을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는 전방 레이다와 12개의 초음파 센서, 전,후방 카메라, 제공 보조 등 다양한 하드웨어와 이를 활용한 각종 편의 서비스를 실시간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셋째, 소유에서 공유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테슬라의 CEO 엘란 머스트는 공공연하게 테슬라는 사용자에게 자동차 공유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더 이상 자동차가 특정 사용자만을 위한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공유의 대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테슬라는 궁극적으로 사용자 데이타 기반의 서비스 회사입니다 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테슬라 자동차를 구매한 사용자는 해당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을 때 테슬라 차량 공유 플랫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이를 공유(임대)해주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회적, 경제적으로 고객에게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타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 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사용자 경험 혁신이다. 미쓰비시의 i-MiEV는 2008년 테슬라 보다 앞서 대량생산된 전기 자동차이다. 이 자동차는 사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선택받지 못한 이유는 한마디로 사용자에게 강한 느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가격과 무관하게 역동적이고 민첩하며 스포티하게 운전을 하고 싶다. 테슬라 자동차의 외관과 순간 가속 기능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 드라이브 느낌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이처럼 자동차는 사용자에게 드라이브 경험상의 혁신을 제공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측면에서 감각적인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가장 중요시 하는 애플의 타이탄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무척 궁금하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욱 다채로운 사용자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제품→ 서비스 플랫폼으로의 인식 변화 필요
치열한 자동차 패러다임의 변경 시기에 이미 많은 기존 업체들과 신규 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혼다, 미쓰비시, 스즈키 등은 이 경쟁에서 뒤쳐져 가고 있고 현대기아, 도요타 , 마쯔다 , 포드, 푸조 등은 미래가 위태 위태한 상황이며 BMW, GM, 재규오, 르노 닛산 같은 완성차 업체들은 사력을 다해 새로운 경쟁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발빠르게 미래를 준비를 하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내부에서 제조 중심의 기업 문화를 서비스 중심으로 개선하고, 자율 주행이나 인공지능 및 차량 공유 업체들에 투자를 하고 인재를 확보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마 기존 업체들은 투자한 것이 많기 때문에 지켜야 할 것도 많아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디젤 등 내연 기관 기반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많은 비용을 투자 했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 많은 오프라인 영업점을 다수 개설해 둔 상태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제품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의 자동차를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기존 회사의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과거 필자는 글로벌 제조업체에서 일하며 초우량 제조 기업의 문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 제품 위주의 인식과 문화를 서비스로 전환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제조업체나 이미 시장에서 성공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는 회사는 기존의 제품 기반의 프로세스와 문화가 확고히 자리 잡고 있고, 이들 조직과 직원들은 이 문화에 대한 프라이드가 무척 강하기 때문에새로운 서비스 중심의 문화와 사업을 위한 인식 전환이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별도 대등한 수준의 회사로 분리 하고 견제와 균형을 통해 치열하게 사업을 하는 등의 조치가 없이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하에서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며 전환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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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제조 환경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많은 투자를 통해 제조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제조 설비는 레고 블럭 처럼 표준화되어 거의 모든 차량의 기본 구조에 적용할 수 있는 생산 프로세스와 프레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미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사회적, 정서적, 기능적 요구 사항이 다양해지는 시점에 다품종 소량 생산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 3D 프린터 등 새로운 기술 기반의 제조 인프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참고로 올해 초 CES 에서는 3D 프린터로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Divergent 3D이 참여했었다. 이 업체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3D 프린터 기술을 이용하면 10억 이상 드는 자동차 제조 비용을 4천 200만 달러 하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새로운 환경하에서 경쟁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할 것들과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존재하고 있다. 자동차가 인터넷에 연결되며 발생할 개인 정보 유출 및 보안 문제 , 자동차 공유 등의 법적인 , 사회적인 문제 등 그것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동차라는 것을 서비스 플랫폼으로 보고 사용자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지 않고서는 미래의 생존 여부를 자신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