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은 '짧은 주행거리'였다. 현재까지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를 갖춘 모델은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었다. 이 전기차는 정부 인증 기준으로 한번 충전에 최대 191km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이 주행거리 또한 가솔린와 디젤 등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훨씬 미치지 못한다. 또 충전 인프라마저 부족해 짧은 주행거리의 단점이 더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행거리에서 내연기관 차량에 버금가는 전기차 출시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이 오랜 문제를 해결한 곳이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두 업체다.
이들 기업은 이미 300~400Km를 갈 수 있는 시제품을 공개했으며 늦어도 3~4년 뒤에는 600Km까지 갈 수 있는 제품도 양산할 계획이다.
■‘600km 주행시대’ 포문 연 LG화학·삼성SDI
LG화학과 삼성SDI는 향후 6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올해초부터 밝혔다.
삼성SDI는 지난 1월 11일 미국 디트로이트 북미국제오토쇼에서 고 에너지밀도 전기차 배터리 셀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최초로 선보였다.
고 에너지밀도 전기차 배터리 셀 프로토타입은 현재 업계에서 샘플로 제시중인 최대 500km 주행용 배터리 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30%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삼성SDI는 오는 2020년 600km까지 주행 가능한 배터리 셀을 양산할 방침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CEO)도 600km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열린 CEO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에서 2020년에는 500~600km 주행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실제 제품이 상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 전지의 기술적 이론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다양한 혁신 전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대 765km 주행 전기차도 등장
올해 국내에 공개되거나 출시된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를 갖춘 전기차는 바로 파워프라자 ‘예쁘자나R2'였다.
국내 산업용 전원공급장치 업체로 알려진 파워프라자는 지난해 3월 한번 충전에 최대 571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예쁘자나’ 모델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이 차종은 지난 2015년 4월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대중들의 큰 관심을 얻기도 했다. 이름 그대로 귀여운 느낌을 갖춘 소형 전기차 ‘예쁘자나’는 다른 양산형 전기차보다 긴 주행거리를 갖추고 있어 실용성도 갖췄다.
파워프라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2월 24일 한번 충전에 최대 765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예쁘자나R2'를 선보였다. 765km 주행거리는 가솔린과 디젤 모델이 가득찼을 때의 주행거리와 맞먹는다.
파워프라자는 LG화학에서 공급하는 원통형 배터리 셀과 자체 설계한 81kWh급 배터리 셀, 카본 화이버 소재를 활용해 ‘예쁘자나R2’의 주행가능거리를 765km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 차는 오는 2018년 양산화 될 예정이다.
■뒤늦게 장거리 전기차 개발 의지 보인 완성차 업체
현대차, 메르세데스-벤츠, 르노 등 다른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장거리 전기차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는 모델 3 공개와 볼트 EV 양산화 과정에 대해 밝힌 테슬라와 GM에 비해 느린 행보다.
현대차는 아직까지 아이오닉 일렉트릭 외에 3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양산형 전기차를 내놓지 못했지만, 개발 의지는 확고하다.
현대차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문대흥 부사장은 지난 9월 지디넷코리아와의 만남에서 “전기차 라인업은 앞으로 소형부터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범위가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현대차는 각 차종의 특성에 맞는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차의 크기와 상관없이 최소 3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향후에 내놓을 것”이라며 “이것이 현대차가 추구하는 전기차 개발 기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Electric Intelligence’를 뜻하는 전기차 브랜드 'EQ'를 지난 9월 29일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 디터 제체 벤츠 회장은 한번 충전으로 최대 500km 이상 주행 가능(유럽 NEDC 기준)한 전기 SUV '제너레이션 EQ'를 소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9월 공개된 EQ 브랜드를 토대로 오는 2025년까지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EQ 브랜드 차량 포함 10종의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포르쉐도 2020년 500km 주행하는 ‘슈퍼 전기차’ 미션 E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전개해나간다는 뜻을 올해 밝혔고 지난 11월 우리나라를 찾은 하칸 사무엘손 볼보차그룹 CEO는 3일 국오는 2019년 500km 주행 가능한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첨단 기술에 승자 갈린다
장거리 주행 가능한 전기차 관련 기술은 이미 평준화된 상태. 이같은 상황에서 완성차 또는 전장부품 업체들 간의 첨단 기술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볼트 EV의 경우 후방카메라 연동 디지털 룸미러, 스마트폰 연동 블루투스 로우 에너지 등의 기술이 탑재됐다.
후방카메라 연동 디지털 룸미러의 경우, 일반 룸미러 시야보다 300% 이상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2월 미국 NHTSA의 사용 허가를 받은 디지털 룸미러는 초보 운전자들의 시야 확보를 도울 수 있는 기술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BMW는 손동작만으로 무인주차가 가능한 i3차량을 지난 1월 CES 2016에 선보인 바 있다. 이 기술은 아직 실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BMW의 대표 첨단 기술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 기술도 장거리 전기차 경쟁에서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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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프로젝트 아이오닉’을 통해 자율주행 및 친환경 시대에 어울리는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 위해 향후 출시될 장거리 전기차에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주행 조향 보조 시스템(LKAS),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등을 탑재시킬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이미 오토파일럿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로 만들어냈다. 이 오토파일럿은 2018년 고객 인도 예정인 모델 3에도 적용될 방침이다. GM도 볼트 EV를 활용한 자율주행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