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사태, 메르스 등 연이은 악재로 휘청거리던 국내 홈쇼핑 업계가 조금씩 기운을 되찾고 있다.
지난 해 실적을 들여다보면 홈쇼핑업체들의 회복세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1년 전만 해도 위기설까지 나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확연히 달라진 기상도다.
CJ홈쇼핑은 작년 취급고 3조1천6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전년 대비 3.5% 성장한 수치다. 롯데홈쇼핑 역시 여러 악재 가운데서도 2014년 이후 정체됐던 취급고가 성장세로 돌아서 전년보다 3.3% 증가한 3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GS홈쇼핑도 취급액이 3조6천6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홈쇼핑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선 것은 업체들의 고객 풀 확대·유치 노력이 결실을 맺은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 ‘홈쇼핑=TV’ 공식 깨진다...모바일 거래액 증가
그 동안 홈쇼핑 업체들은 TV시청률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그러다보니 TV시청률이 하락하면서 동반 침체를 겪었다.
TV를 통한 매출 상승은 어렵다고 진단한 홈쇼핑 업체들은 쇼핑 앱 개발, 모바일 전용 쿠폰 등 모바일 쇼핑을 통한 활로를 개척해왔다.
모바일 쇼핑 시장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홈쇼핑 업체들도 실적이 향상됐다.
GS홈쇼핑은 작년 모바일 쇼핑 취급액이 24.6% 성장해 1조3천15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TV쇼핑 취급액 성장률은 0.1%에 불과했다. 모바일 쇼핑 성장이 전체 취급고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롯데홈쇼핑 또한 취급고 호조의 이유로 모바일 쇼핑 활성화를 들었다. 지난해 롯데홈쇼핑 전체 매출에서 모바일 쇼핑 비중은 30%를 차지했다. 매출 절반에 해당하던 TV 매출이 감소 중이고, 모바일 쇼핑이 급속 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CJ오쇼핑도 모바일 매출액 상승이 눈에 띄었다. 전년 기준 7천450억원에서 14.9% 증가한 8천560억원으로 채널별 매출액 중 증가 비율이 가장 컸다.
모바일 쇼핑은 비중, 거래액 모두에서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17년 1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3조4천907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4%가 증가했다.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쇼핑 거래액 비중은 58%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 멀티채널 전략으로 접근성 확대
홈쇼핑의 주 무대였던 TV에 대한 의존을 버리려는 시도는 모바일 쇼핑 확장에 머무르지 않았다.
현대홈쇼핑은 국내 3대 오픈마켓인 11번가, 지마켓, 옥션과의 상품 연동으로 소비자 기반을 확장했다. 온라인 몰인 H몰은 오픈마켓 상품 연동 외에 고마진 방송상품 판매확대, 비용구조 효율화 등의 전략을 통해 2014년 이후 2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CJ오쇼핑도 멀티채널 확대 전략으로 덕을 봤다. 고객들이 TV, 온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채널을 경험하게 하면서 110만명 이상의 멀티채널 고객을 확보했다. 또 TV 리모컨으로 주문, 결제까지 가능한 T커머스의 커버리지 확대를 도모해 1천억원 대 규모로 성장하며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의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롯데홈쇼핑은 2015년 3월 기존의 T커머스 홈쇼핑에서 한 단계 더 입점 제한을 낮춘 운영 형태인 오픈형 데이터 홈쇼핑 서비스 ‘롯데OneTV' 채널을 현재 KT 올레TV, 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 CJ헬로비전을 통해 약 1천400만가구에 서비스 하고 있다. 기존 TV홈쇼핑의 입점 절차와 상품 선정 기준을 완전히 없애고 판매 영상을 등록하면 입점할 수 있는 운영 방식을 지녔다. 자연히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도 강화됐다.
SK증권 손윤경 애널리스트는 "T커머스는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크다. 초기 단계에는 TV홈쇼핑 상품을 주로 소개해서 잠식 우려도 있었으나, 이후 상품의 폭을 넓히면서 방송에서 판매하는 상품 비중을 줄이고 매출을 살펴본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며 "현재 TV 쪽 매출 취급고가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T커머스의 취급고가 전체 비중에서 큰 수준이 아닐지라도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단독 상품도 고객 유치에 공헌
단독 상품 판매는 상품력 강화를 위한 보편적인 전략 중 하나다. 각 홈쇼핑 업체들은 단독 상품으로 상품력을 키우면서 이용 고객을 유치했다.
현대홈쇼핑은 자체 브랜드(PB), 독점 판매 등의 방식으로 단독 상품을 런칭하는 데 주력했다. 전체 매출에서 단독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기준 25.7%에서 2016년 상반기에 35.9%로 증가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6개의 단독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조르쥬 레쉬’는 작년 한해 주문금액 기준 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 작년 히트 상품 1위를 차지했으며 누적 주문액만 2천300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9월 론칭한 ‘LBL’은 3시간 동안 110억원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CJ오쇼핑 또한 베라왕(패션), CNP(화장품), 내셔널지오그래픽(여행가방) 등 단독 상품의 TV 판매 호조가 영업이익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쇼핑몰 무한 경쟁 시대...각 업체들의 올해 전략은?
한 시름 덜어낸 홈쇼핑 업체들의 올해 전략은 ‘상품력 강화’라는 키워드로 이어진다.
올해 GS홈쇼핑의 전략 테마는 핵심역량 강화다. 차별화된 상품 판매와 해외 국가와의 합작 홈쇼핑을 통한 국내 중소기업 상품 수출이 주요한 전략이다. 지난 22년간 TV쇼핑을 통해 축적한 큐레이션 커머스의 노하우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주요 전략으로 이후 2020년까지 단독 상품 비중을 50%까지 늘린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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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희 현대홈쇼핑 홍보팀 과장은 “이미 전체 상품의 90%가 단독 상품인 패션 분야 외에 리빙·생활 상품도 단독 판매 비중을 늘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CJ오쇼핑의 경우 플랫폼과 단독상품의 경쟁력 강화 두 가지 모두를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제도·조직 개편, 투자 확대, M&A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