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 통신사업자들이 들떠 있다.
앞으로 출범하게 될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규제-친(親)기업적 성향을 갖고 있어 통신사에 우호적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통신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수합병(M&A)에 우호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망중립성 이슈에서도 통신사에 유리한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오랫동안 통신사인 버라이즌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데다, 친 통신사 성향을 보이며 규제 완화를 주장해왔던 제프리 아이젠아크(Jeffrey Eisenach)를 통신정책 보좌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 역시 친 통신사 성향 인사를 임명할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 통신시장 M&A 활성화
미국 통신업계에서는 따라서 FCC가 반독점 가능성을 이유로 M&A를 무산시켰던 소프트뱅크의 T모바일 인수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어려웠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M&A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45분을 면담하고 향후 미국에 500억달러(한화 약 58조원)을 투자해 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투자계획을 밝히며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반(反)규제-친(親) 통신사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3년 220억달러를 들여 미국 통신업체인 스프린트의 지분 82%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T모바일의 최대주주인 도이치텔레콤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다가 무산됐다.
또 트럼프의 당선으로 통신인터넷 업계에서는 제로 레이팅(Zero-Rating) 서비스도 보다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로 레이팅은 인터넷 콘텐츠의 데이터 이용료를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AT&T가 다이렉트TV 나우(DirectTV Now) 서비스를 제로 레이팅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AT&T 가입자는 데이터 이용요금에 구애받지 않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 망중립성 이슈도 본격화될 듯
하지만 그동안 FCC에서는 제로 레이팅 서비스가 통신사에 유리한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 같은 서비스의 확산을 막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FCC 의장을 새로 임명하게 되면 이 같은 분위기도 역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통신업계의 규제 환경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대선이 예정된 국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CJ헬로비전 간 M&A 심사 과정에서도 FCC의 허가심사 사례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었으며, 향후 새 정부에서도 미국의 사례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SK텔레콤-CJ헬로비전 간 M&A가 소프트뱅크-T모바일처럼 불허로 결론 났지만, 앞으로 이 같은 통신-방송사 간 M&A가 계속 시도되며 구조개편이 가속화될 것이란 것도 한국과 미국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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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미국에서는 제로 레이팅 서비스가 망중립성 이슈를 끌어냈다면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가 용량 기반에서 사용량 기반 정산으로 바뀌면서 OTT(Over The Top) 업체를 중심으로 망중립성에 대한 이슈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유사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수합병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향후 미국에서는 통신-통신, 통신-방송사업자 간 대형 M&A가 활성화 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국내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또 이러한 통신사에게 유리한 분위기는 인터넷, 동영상업체들로 하여금 망중립성 논의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