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정말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검)에 손을 댄 걸까?
네이버가 정부 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특정 단어를 실검 순위에서 제외했다는 내용의 외부 검증기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보고서 발간 이후 일부에선 네이버가 하루 평균 9건씩 검색어에 손을 댔다는 비판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상당 부분 부풀려지거나 왜곡된 측면이 있어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 KISO 검증보고서 나오면서 공방 본격화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제2기 검증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네이버 노출제외 검색어에 대한 검증보고서'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동안 임의로 제외한 실시간 인기검색어 수는 총 1천408건이다. 하루 평균 약 9개의 네이버 실검이 삭제 또는 제외된 것이다. 제외 사유는 유사 키워드가 765건으로 가장 많고, 불법/범죄 항목이 249건으로 뒤를 잇는다. 상업적/의도적 악용 역시 178건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밖에 같은 기간 동안 '신고에 의해 삭제'한 연관검색어도 7천259건으로 집계됐으며, 자체 판단을 통해 제외한 검색어는 3만2천343건이었다. ‘신고에 의한 삭제’는 유명인 또는 단체 명예훼손(3천926건)이, ‘자체 판단 제외’ 처리는 기타 항목(1만342건)이 가장 많았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크게 번진 이유는 네이버가 고객센터 페이지를 통해 예전부터 공개한 실검 노출 제외 기준이 외부에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실검 제외 사유 6번 항목은 ‘법령이나 행정/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수정 전 버전)라고 규정돼 있다.
문제는 이 규정 자체가 정부나 수사기관이 요청만 하면 네이버가 실검을 수정해줬다는 뜻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실검을 인위적으로 추가하거나 제외하지 않는다고 밝혀온 네이버가 한 입으로 두 말을 했다고 잘못 읽힐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6번 항목은 "규제 기관의 시정명령이나 사법기관의 판결문이 있을 때에 한해 정부나 수사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정부나 수사기관의 요구가 있을 경우 실검 순위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네이버, 실검 왜 손댔나?
KISO의 네이버 노출제외 검색어 검증보고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당수 사용자들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실검 조작 의혹이 여러 번 불거졌던 만큼 네이버가 정부나 수사 당국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임의로 실검을 바꾼 사실이 입증됐다는 반응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네이버의 실검 제외 기준을 오해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네이버가 실검 노출 제외 기준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전후로 실시간 인기 검색어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기관인 KISO에 검증을 요청했다. 외부 평가기관 의뢰를 통해 실검을 자의적으로 선택하거나 왜곡한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1차 검증 보고서는 2013년 1월에 발표됐으며, 그 동안 총 세 차례에 걸쳐 보고서가 발간됐다.
이번 보고서는 네이버가 올해 초 KISO에 검증위원회 구성을 요청해 시작됐으며, 4월 경 외부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제2기 검증위원회 구성이 완료됨과 동시에 조사가 이뤄졌다.
결국 5개월 간 조사 끝에 밝혀진 1천408건의 실검 제외 수치는 네이버가 KISO에 검증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을 자료다.
또 조사 과정에서 만약 네이버가 실검 제외 목록을 KISO에 제공하지 않고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했다면 가려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네이버가 직접 실검 검증 조사를 의뢰했을 뿐 아니라, 로우(Raw) 데이터까지 제공해 그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된 것이다.
특히 네이버는 “실검을 인위적으로 추가하거나 제외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그 동안도 내부 기준에 따라 모니터링 등을 통해 검색어 노출을 제외해 왔다. 네이버가 갑자기 실검에 손 댄 것이 아니란 뜻이다. 내부 기준에 따라 타당한 경우 실검 제외 조치를 취해왔다. 이는 또 다른 포털업체인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내부 기준은 앞서 언급된 대로 고객센터 페이지를 통해 공개해 왔다. 법원 판결 등 회사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을 뿐 아니라, KISO의 승인도 받았다.
대표적으로 ▲개인정보가 노출됐거나 ▲명예훼손 ▲성인/음란성 검색어, 그리고 이번에 지적된 ▲법령이나 행정/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등이다.
이 중 ‘법령이나 행정/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는 지난 23일 ‘법령에 의거해 행정/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 수정됐다. 해당 문구가 자칫 정부나 수사당국의 요청이 있을 시 무조건 실검 제외를 반영하는 것처럼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규제 기관의 시정명령이나 사법기관의 판결문이 있을 경우에 한해 정부나 수사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를 분명히 한 것뿐이다. 카카오도 이 같은 방향으로 해당 문구를 수정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실검 조작 논란이 있어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솔직하기 위해 외부에 검증을 요청하고, 실검 알고리즘 공개 등 100% 협조한 것”이라면서 “외부에 실검을 제외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준 것은 맞지만, 법적 근거와 내부 기준에 따라 처리하고 이를 완전히 공개하겠다는 것이 네이버 실검의 운영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KISO 검증 보고서 ‘진짜 포인트’는?
이번 KISO의 검증보고서가 네이버의 ‘실검 조작’ 의혹을 부풀리는 쪽으로 오인됐지만, 의미 있게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KISO의 지적은 네이버가 쟁점이 되는 검색어에 대해서는 보다 쉽게 노출제외를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3자의 권리침해나 불법정보로 인한 피해에 상당히 보수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오히려 이용자의 알권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연관/자동검색어의 경우 연예인과 기업과 관련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상당히 많은 신고가 접수되는데, 실제로 제외 처리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보유통 측면에서 보다 분명한 기준을 수립하고 신중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연관검색어를 자체적인 판단으로 제외하고 ‘기타’ 항목으로 처리한 경우가 가장 많은데,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아울러 사용자 관점에서 따져볼 일은 KISO가 과연 네이버 실검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외부 기관으로서 자격이 있는가다.
KISO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이익단체다. 네이버도 회원사인 만큼 네이버에 대한 평가를 과연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다. 네이버가 실검에 대한 의혹을 보다 깨끗이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평가기관에 검증을 맡겨야 한다는 지적은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실검에 전혀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특정인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거나, 상업적인 검색어가 도배돼 실검의 제 기능이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사 검색어가 1위부터 10위까지 여럿 노출되는 경우도 사용자 관점에서 불필요할 수 있다.
사용자들의 알권리만큼이나, 개인들의 사생활이 보호될 권리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KISO 유정석 정책운영실장은 “이번 보고서가 마치 네이버가 정부나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실검을 쏙 빼주는 것처럼 잘못 해석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심의기관의 시정명령이나 사법기관의 판결문이 있을 경우 (실검을) 지워달라고 하면 당연히 지워야 한다. 이는 구글이나 카카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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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네이버 실검 검증은 기준 검토뿐 아니라, 기준 검토에 따라 실제로 잘 지우는지 총량을 검토했다”며 “불시에 현장 조사도 했고 로우 데이터를 가져오는 등의 객관적인 조사 과정을 거쳤고 외압에 의해 누가 지워달라고 해서 은근슬쩍 빼는 경우는 찾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네이버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입장에서 보수적으로 실검 제외를 하는 측면이 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알권리 측면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실검제외 처리를 할 필요는 있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