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과 서비스'
'넥스트(Next) 네이버'의 키워드는 이 두 단어다. 네이버로서는 세계로 가지 않고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통할 서비스 상품을 만들어야만 한다. 20일 단행된 사령탑 교체는 이 화두를 위한 출사표(出師表)다.
특히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의장직까지 내려놓고 글로벌 사업에 진력하겠다고 한 것은 '배수(背水)의 진(陣)'에 가깝다.
세계 인터넷 시장에서 구글 등 초대형 다국적 기업과의 전쟁에 임해야 하는 장수(將帥)의 비장함이 엿보인다. 이 의장은 메신저 '라인'으로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고는 있지만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여느 대기업 오너와 달리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그가 몸소 글로벌 시장 개척의 최전선에 온몸으로 뛰어들어야만 한다고 결의를 다진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내에서 인터넷 서비스 상품에 가장 밝은 한성숙 서비스 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한 것도 본질적으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전쟁에 나서려면 화력이 좋은 무기가 필요할 것은 당연지사다.
그 무기를 만들고 공급하는 병참(兵站) 총책임으로 한 신임 대표가 최적임자인 것이다.
한 신임 대표는 이 의장과 달리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지만 '소통'을 핵심으로 한 인터넷 서비스에 누구보다 밝고, 서비스 총괄 부사장으로서 모바일 시대를 맞아 '서비스의 모바일 시프트'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 21일 "지금 네이버로서는 최대 화두가 글로벌과 서비스이고, 회사가 나아가려는 방향 또한 그것"이라며 "넥스트 네이버를 위한 사업의 본질에 충실한 인사로 봐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또 이 의장이 의장직을 내려놓으면서도 등기 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한 것은 '책임 경영'과 '투명 경영'을 동시에 구하는 조치로 보인다.
등기이사를 유지해 경영에 관한 책임은 지면서도, 의사결정 구조에서 독단은 배제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다. 현재 네이버 이사회의 사내 이사는 이해진 의장을 비롯해 김상헌 대표, 황인준 라인 CFO 등 3명이다. 이후 김 대표가 빠지고 한 대표이사 내정자가 새로운 등기이사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새 이사회 의장은 이들 3인의 사내 이사를 비롯해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된 사외 이사를 포함한 이사회에서 뽑게 된다.
따라서 이 의장은 이사회에서 1표만 행사할 수 있을 뿐이고 사회권가지 새 의장에 넘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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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업계에서는 이번 네이버 인사와 관련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다.
인터넷 업계 한 전문가는 "네이버는 매출 조 단위의 큰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해진 의장은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같다"며 "기업가로서 사업의 본질에만 사심 없이 매달리는 모습이 아름답고 본받을 게 많다"고 촌평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