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해진, '의장' 내려놓고 유럽 '올인'

'모바일 시프트' 이끈 한성숙 차기 대표도 주목

인터넷입력 :2016/10/20 18:34    수정: 2016/10/21 18:09

황치규 기자

한성숙 신임 대표 내정과 이해진 의장직 사임. 네이버가 20일 발표한 경영진 개편의 골자다.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안팎에서 놀라워하는 반응들이 많다.

특히 이해진 창업자가 의장직을 내려놓으면서까지 해외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부분은 네이버 내부 직원들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뉴스였다. 2017년 네이버의 해외 사업에 더욱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해외 사업 올인하는 네이버, 제2의 라인 띄운다

네이버는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과 유럽 금융전문가 앙투안 드레쉬가 설립한 '코렐리아 캐피탈'의 유럽 투자 펀드 ‘K-펀드 1’에 첫 출자 기업으로 참여해 라인과 각각 5천만 유로씩, 총 1억 유로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K-펀드1 참여는 유럽 진출 신호탄이다. 이해진 의장은 K-펀드 1 참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일본에 진출한지 10년 만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는 5년 만에 성과를 냈듯이 유럽에서도 당장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유럽의 좋은 파트너를 만났고 이를 소개하는 첫걸음이라고 봐달라"고 말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

이 의장은 1996년 네이버를 설립랬고, 2004년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이사회 의장만 맡아왔다. 해외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가운데 이해진 의장이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마저 내려놓기로 한 것은 내년부터 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승부를 걸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현재 유럽연합(EU)에선 구글 등 영향력이 막강한 미국 인터넷 업체들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유럽 시장에서 어느정도 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펀드1 참여 외에 네이버의 유럽 진출 전략은 아직은 베일 속이다. 이해진 의장이 일본 등 아시아에서 성공한 라인으로 유럽 시장을 노크하려는 건 아니다. 라인과는 다른 서비스나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해진 의장은 지난 7월 라인 상장 이후 가진 간담회에서 "북미와 유럽으로 확대하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며 "기존 메신저 모델로는 어렵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기회를 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네이버 모바일 전략 관심집중

한성숙 차기 대표는 네이버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란 점에서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동안 한 차기 대표 내정자는 네이버 서비스를 총괄하며 내부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성과도 좋고 이해진 의장의 신임도 두터운 편이다. 그런만큼 차기 대표로 내정된 것에 대해서는 그럴만 하다는 평가들이 많다.

일각에선 여성 실무자 출신의 내부 승진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으로 보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네이버 사옥

한성숙 차기 대표는 네이버의 모바일 시프트를 이끈 인물이다. 모바일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면서 네이버 서비스와 콘텐츠들을 모바일 이용자 시나리오에 맞춰 최적화 시키는 작업을 주도했다. 네이버 모바일 첫화면을 여러 주제로 나눈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한성숙 차기 대표는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품은 모바일 서비스 V를 도입하고, 검색-쇼핑-페이를 잇는 사용 흐름도 창출해냈다. 최근에는 그라폴리오를 통해 일러스트레이션을 독자적인 웹오리지널 콘텐츠로 변모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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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스타일은 직원들 개개인의 역할과 책임을 세세하게 알고 있을 정도로 디테일을 추구한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 오픈 커뮤니케이션, 오픈된 기회, 오픈된 평가 방식을 통해 서비스 조직 전체를 리드해왔다는 평이다.

한성숙 차기 대표 체제 아래 네이버는 모바일 외에 IoT 등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