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과 HPE의 전혀 다른 선택, 누가 옳을까

컴퓨팅입력 :2016/09/12 11:07    수정: 2016/09/12 17:31

한동안 IT시장에서 자주 경쟁관계로 거론됐던 휴렛패커드와 델. 두 회사는 현재 대대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의 변화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델은 몸집을 키우는 반면, HP는 분사를 거듭하며 체중을 줄였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은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와 델테크놀로지스의 사업모델 전략을 비교 분석했다.

델테크놀로지스는 규모 확대에 사운을 걸었다. 그러면서 대형 기업이 기민해질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HPE는 여러 사업부를 떼어내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 분야에 집중해 거대 경쟁자보다 더 기민하게 움직이려 한다.

지난 7일로 델과 EMC의 합병법인 델테크놀로지스가 공식 출범했다. 델은 직원 14만명, 연매출 74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델은 기업용 하드웨어사업의 델EMC, 가상화의 VM웨어, 클라우드 서비스의 버투스트림, PaaS에 피보탈, 보안에 RSA 및 시큐어웍스 등을 거느리게 됐다.

마이클 델 델테크놀로지스 회장(왼쪽)과 멕 휘트먼 HPE 회장

HPE는 덩치를 줄이며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작년 HP는 PC 및 프린터 사업과 기업용 솔루션사업을 쪼갰다. 그렇게 HPE가 탄생했다. HPE는 이후 IT서비스사업을 분사해 CSC에 85억달러에 매각했고, 최근엔 소프트웨어사업 대부분을 마이크로포커스에 88억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흥미롭게도 두 거래모두 분사 후 합병이란 방식을 취했다. HPE가 주주로서 분사한 회사의 경영에 관여한다는 의미다. 이밖에 티핑포인트도 3억달러에 매각했고, H3C는 중국현지사업자에게 26억달러에 넘겼다.

델테크놀로지스와 HPE는 모두 같은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두 회사가 오랜 시간 판매해온 데이터센터 하드웨어와 그에 기반한 레거시 IT다. 레거시 IT가 두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으면서, 동시에 두 회사는 레거시 IT를 붙잡으려 전략을 짜고 있다.

HPE 멕 휘트먼 CEO는 최근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과 하이퍼컨버지드인프라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의심할 여지없이 델테크놀로지스도 동일한 영역을 강조하고 있다.

멕 휘트먼 CEO는 “HPE는 시스코, 델과 경쟁에서 탁월한 위치에 있다”며 “예를 들어 280억달러 규모 회사인 HPE는 델의 엔터프라이즈 사업보다 더 작아졌고, 더 나은 혁신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델과 HPE의 전략을 비교해야 한다”며 “우리는 더 작아지고 그들은 더 커지고 있는데, 속도와 민첩성은 혁신과 고투마켓(go-tomarket)에서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델의 EMC 차입매수를 거론하며, 53억달러의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것을 언급했다. 현금을 더 많이 보유해 회사를 견실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주주에거 이익을 환원할 능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이어 혁신, 인수합병, 파트너십 등을 통해 핵심역량의 신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델은 구식 기술에 고집하면서 비용을 줄이는 행동을 취하고 있고, 그들의 경영진은 재무 측면에서 성공적인 인사로 꾸려져 고객에게 좋을 지 확실치 않다”고 비판했다.

휘트먼은 시스코에 대해서도 스토리지 사업을 갖지 않은 탓에 인프라 영역에 한계를 가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4~5년 뒤 속도, 민첩성, 초점, 혁신 등에 관한 모든 것은 더욱 더 좁게 집중하는 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델은 멕 휘트먼 회장과 다른 의견을 보여준다. 델 회장은 델테크놀로지스의 다양한 사업부가 스타트업처럼 운영되고, 성장동력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보탈이 그 예로 언급된다.

그는 “우리의 큰 초점은 기민함을 유지해 성장을 지속하고 고객에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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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한 비공개회사로 거대 기업을 운영한다는 점에 낙관적 기대를 걸고 있다. 상장기업이 주주들의 눈치를 보며 단기 이익 위주로 움직이지만, 비상장기업인 델테크놀로지스는 전략과 기업운영을 사주의 뜻대로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델테크놀로지스와 HPE의 완전히 다른 경로 선택은 이제 출발이다. 그 결말을 언제 만날 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두 회사의 선택은 기업경영 분야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를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