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알토(미국)=박수형 기자> “스마트폰 유리가 깨지는 것은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유리는 깨지는 소재다. 단, 깨지는 빈도를 줄일 수는 있다.”
코닝의 제이민 아민 박사가 최신 '고릴라글래스5' 발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커버글래스 프로젝트부터 시작, 고릴라글래사의 기술 총괄을 담당해온 인물이다. 2007년 첫 고릴라글래스 출시 이후 7년간 이어온 발전에는 이같은 고민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는 것이다.
고릴라글래스는 코닝 외 다른 회사가 내놓는 커버글래스와 공법부터 다르다. 퓨전공법과 이온교환방식으로 스마트폰 세상이 열린 이후 커버글래스 1인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우선 퓨전공법은 디스플레이 기판 유리 공법과 같이 유리를 녹여 사람의 손에 닿지 않고 틀에 부어 표면 품질이 뛰어나고 투명도나 균일한 치수 등을 타사 제품 대비 매우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여기에 화학 반응을 일으켜 유리 내부의 이온을 밖으로 빼내는 이온교환방식이 더해진다.
이렇게 탄생한 고릴라글래스는 다섯 번이나 혁신을 거듭했다. 우선 첫 번째 변화는 같은 내구성을 지니고 두께를 줄였다. 코닝은 이후 작은 파손이 생겨도 전체 유리가 깨지지 않도록 강도를 유지하는데 힘을 쏟았다. 유리 특성상 살짝 금이 가면 전체 유리가 쉽게 깨질 수 있는데 이를 한 단계 진화시킨 것이다. 나아가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깨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 낙하실험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켜왔다.
제이민 아민 박사는 “파손된 스마트폰 유리를 수거해 제조사 파트너와 함께 분석한다”며 “깨진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깨졌는지 분석하는 전문가 집단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코닝이 최근 분석한 결과를 보면, 80% 이상이 뾰족한 물체에 닿아 파손됐다. 이에 낙하실험 환경에 거친 표면의 사포를 이용, 아스팔트나 콘크리트에 부딪혔을 경우를 가정하고 성능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거친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기기가 뒤틀리는 점까지 염두에 둔다. 개발한 유리의 특성 외에 스마트폰 디자인까지 파트너 회사인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력을 하는 이유다.
또 유리 소재 회사로는 처음으로 사용자 대상 설문조사를 거쳐 해답을 구하기도 한다. 톨루나 퀵서베이가 지구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11개국을 대상으로 평균 수치를 도출한 결과 ▲85%가 1년에 한번 스마트폰을 떨어뜨리고 ▲보행중 55%, 통화중 45%, 문자 작성중 44%가 떨어뜨리며 ▲ 63%가 허리부터 어깨 사이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등의 결과를 얻었다.
코닝은 이에 고릴라글래스5의 특징을 설문 결과를 토대로 전세계 평균 어깨 높이가 1.36미터라는 점을 고려해 1.6미터 높이에서 떨어져도 80% 이상 깨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소재 과학 기업 특성상 기술 발전을 2년만에 제품 성능을 끌어올리는 점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반 소비자가 더 안전하게 고가의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데 코닝은 중점을 둔다. 또 제품 보증기간 등으로 수리비용이 드는 스마트폰 제조사의 고민도 함께 한다.
관련기사
- 스마트폰, 이젠 떨어져도 잘 안 깨진다2016.07.21
- 고릴라글래스 대항할 삼성 터틀글래스?2016.07.21
- 코닝, 사파이어같은 새 고릴라글래스 개발2016.07.21
- 갤럭시알파 얇은 두께 비밀은 고릴라글래스42016.07.21
제이미 아민 박사는 “최선의 글래스 제품을 스마트폰 파트너 업체에 제공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금은 고릴라글래스로 이름값이 높은 코닝이지만, 실제 매출은 LCD 기판 유리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165년 역사를 거치며 에디슨의 백열전구 유리에 도움을 주고 인터넷 통신 기반인 광케이블을 처음으로 만들었지만, 시대에 맞는 거듭된 연구개발이 잘 안깨지는 스마트폰을 만들게 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