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새로운 게 나오겠지….' VS '웬만한 건 은행들이 다 하고 있지 않나?'
이르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판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관전평이다.
아직은 큰 그림과 아이디어만 있을 뿐이다. 오프라인 영업점 없이 ICT 회사가 오로지 스마트폰만을 창구로 하는 은행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기존 은행들이 앞다퉈 비대면 계좌개설까지 지원하는 '모바일뱅크'를 내놓고, 중금리 대출을 선보이며, 금융그룹사 전체를 아우르는 멤버십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대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23년만에 나오는 새 은행들이 승부처를 고민하게 만든다.
6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뱅크 설립 준비법인에선 열띤 토론이 오갔다. 이곳엔 인터넷전문은행을 직접 준비하고 있는 당사자들과 관련 정책을 집행하는 금융당국, 금융권을 지원하는 산하기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말을 통해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앞날을 점쳐본다.
"인터넷전문은행 테스트베드로 봐달라"(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새로 출범하게 되는 카카오뱅크,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대신 사용자 스마트폰이 창구역할을 하게 된다. 윤 대표는 그만큼 금융규제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이 없는 은행을 지점이 있는 은행처럼 여기고 은행법에 따라 규제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네거티브시스템 방식을 취해줬으면 한다."
"은행이 최초로 설립해서 이익이 날 때까지 적게는 3년에서 길게는 5년이 걸린다. 적자를 벗어날 때까지는 (지점 있는 은행에 적용되는) 규제를 유예시켜줬으면..."
네거티브시스템은 별다른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필요할 때마다 하지말아야하는 사항을 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반대로 기존 은행들은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해야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규제를 만족시켜야만 영업이 가능했다. 윤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본질이 은행업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분야를 인큐베이팅한다는 점에서 테스트베드처럼 봐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규제 테스트베드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우선 적용 대상이 되도록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금융당국 보다도 시장에서 검증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3월21일 이후 3년은 지난 느낌이다."(안효조 K뱅크 대표)
이날은 K뱅크 준비법인이 출범하면서 현장간담회가 이뤄진 날이다. 안 대표는 3개월반 정도 지났는데 해야할 일이 많다보니깐 3년은 지난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K뱅크는 8월~9월 중 금융데이터가 자사 전산시스템에서 제대로 흘러가는지를 점검하는 통합테스트를 진행한다. 안 대표는 기존 은행 데이터를 함부로 쓰기는 어렵고, 임의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점이 고민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 은행권도 환영한다"(은행연합회 하영구 회장)
기존 은행들 입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잠재적 경쟁자다. 자사 비즈니스에 상당한 위협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 회장은 은행들의 혁신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환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특히 (카카오은행이) LG CNS를 데이터센터로 활용해 IT비용을 줄이고, 성과중심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방식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은산분리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대기업이 주인으로 있는 은행이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면 기존 은행들 거버넌스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적어도 국제기준은 지켜달라"(금융감독원 박세춘 부위원장)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심사해야하는 금감원 입장에서 박 부위원장은 혁신성, 안전성이 중요하고, 전산시스템에 대한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 심사 태스크포스팀에서 심사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최소한 BIS자기자본비율 등 국제기준에서 만큼은 이슈가 없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자산관리에 연금, 보험도 넣어달라"(자본시장연구원 안동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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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로 대표되는 일반 투자자들에 대한 자산관리는 새로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 원장은 개인자산관리 분야에서 자산을 분석할 때 그동안에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저축성 보험에 대한 투자내역이 빠져있었다"며 "내 정보를 연금, 보험정보를 관리하는 곳에서 끌어당겨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자산관리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연금, 보험 등 정보는 빠져있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자신의 재산내역을 모두 공개해야한다는 불편함이 따랐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직접 연금, 보험 내역을 조회하고 관련 정보를 자산관리를 위한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기존 은행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