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 된 통신기기 등에 백도어 설치를 의무화 하는 시도가 결국 무산될 전망이다. 백도어 설치 문제는 올해 초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아이폰 잠금해제 문제로 충돌하면서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지역법원은 지난 2월 애플에 샌 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가 소유하고 있던 ‘아이폰 5c’의 잠금을 해제해주라고 명령했다. 이 명령은 사실상 아이폰의 암호망을 우회할 수 있는 백도어를 만들어주라는 명령이었다.
하지만 애플이 법원 명령에 거부하면서 미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핫이슈로 떠올랐다. IT 기업들은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메시지를 수신인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사생활 보호가 우선이라고 주장한 반면에 수사 당국은 모바일 장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범죄와 싸울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애플은 지역법원에 정식 제소를 하면서 "백도어를 강제하는 것은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 소송은 FBI가 다른 경로로 잠금 해제에 성공하면서 원인 무효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상원에서 IT 기업들이 암호화 된 장치와 통신에 접근하는 수단을 범죄 수사 당국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 제정 움직임이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 법안은 다른 상원 의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법무부와 FBI가 제3자의 도움을 받아 용의자의 아이폰 데이터에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법안 제정의 명분도 약해졌다.
로이터는 익명의 미 의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하면서 문제의 법안은 그 기세를 잃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이 법안이 연내에 제출될 가능성은 낮으며 “만일 제출 돼도 추진될 전망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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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에 따르면, 법안처리에 가장 큰 문제는 미국 법무부의 로비 활동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안을 만든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민주당)와 리차드 버 의원(공화당)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