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전문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사물인터넷(IoT) 장치 개발용 기기로 주목받고 있는 라즈베리파이 지원 행렬에 가세했다.
원래 라즈베리파이는 영국 라즈베리파이 재단에서 교육용으로 만든 미니컴퓨터다. 몸체는 플라스틱 신용카드와 비슷한 가로 8.6cm 세로 5.6cm 크기의 기판에 이런저런 부품을 얹은 형태다. 브로드컴 ARM 프로세서와 램 그리고 외부 저장장치,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를 연결할 수 있는 입출력 단자 등을 갖췄다. 최근 라즈베리파이3 모델이 출시됐는데 가격은 전작과 같은 35달러, 약 4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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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베리파이 PC는 등장 초기 라즈베리파이재단에서 데비안리눅스 배포판을 개조한 라즈비안(Raspbian)을 공식 지원 OS로 제공해 왔다. 이후 이 PC를 당초 목적인 프로그래밍 및 기기 제작 교육뿐아니라 실용적인 제품 개발과 데이터센터 서버 인프라 구축에 응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다른 OS 개발업체들도 라즈베리파이 PC용 OS를 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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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라즈베리파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OS가 다양해졌다. 리눅스전문업체 캐노니컬도 라즈베리파이2용 공식 우분투16.04 LTS 배포판을 제공하며, 라즈베리파이3에서 돌아가는 비공식 배포판도 존재한다. 아예 라즈베리파이용으로 개조된 '우분투메이트'라는 배포판도 있다. 비슷하게, 리눅스전문업체 레드햇의 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와 센트OS를 라즈베리파이용으로 개조한 '레드슬리브'란 배포판도 있다. MS는 최신OS 윈도10을 사물인터넷(IoT) 기기용으로 경량화한 '윈도10 IoT'를 내놨는데 이를 처음 소개할 당시 공식 지원 기기 목록에 라즈베리파이2 모델이 언급됐다.
[☞참조링크: ARM/RaspberryPi - Ubuntu Wiki]
[☞참조링크: Ubuntu MATE for Raspberry Pi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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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글도 자사 간판 플랫폼 안드로이드로 라즈베리파이 사용자와 개발자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략 6주 전 안드로이드오픈소스프로젝트(AOSP) 저장소의 하위 경로 중 '기기(device)' 영역에 '파이재단(pifoundation)'이라는 디렉토리를 추가한 것이다.
해당 디렉토리 안에는 라즈베리파이3를 뜻하는 하위 디렉토리(rpi3)가 들어 있다. 이는 구글이 공식적인 안드로이드의 지원 기기 목록에 라즈베리파이3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기 영역에는 라즈베리파이 외에도 인텔 에디슨, 퀄컴 드래곤보드 등 비슷한 미니컴퓨터 관련 코드와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소니, HTC 등 안드로이드 단말기 제조사별 코드가 들어 있다.
[☞참조링크: device/pifoundation/rpi3 - Git at Google]
[☞참조링크: device/ - Git at Google]
이를 처음 발견한 모바일 전문사이트 안드로이드폴리스는 "라즈베리파이에서 돌아가는 거의 모든 OS가 오픈소스에 리눅스 기반이라는 점을 통해 드러나는 이 기기의 소프트웨어의 오픈소스 중심적 성향을 볼 때 구글이 (오픈소스라 알려진) 안드로이드를 라즈베리파이 기기에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다면 말이 된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걸 구글이 라즈베리파이용 안드로이드를 만든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라즈베리파에서 돌아가게 만드는 대신에, 이 미니컴퓨터를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도록 안드로이드 기기와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지원 기능을 추가하는 데 그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개발자들은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코드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으로 그에 연결된 라즈베리파이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라즈베리파이3 기기를 암시하는 디렉토리 내용만 갖고는 구글이 뭘 시도하려는 것인지는 아직 짐작하기 어렵다. 현재 발견된, 만들어진지 1개월 넘게 지난 저장소의 디렉토리 안에는 아무런 소스코드도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어떤 설명 자료나 문구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글이 뭘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AOSP 저장소의 기기 영역에 지난 몇달새 추가된 나머지 항목들에 있다. 프리랜서 기자 리암 퉁은 지난 26일자 미국 지디넷 보도를 통해 AOSP 저장소의 변화를 분석해 보니, 크리에이터Ci41 보드(이매지네이션테크놀로지스), 드래곤보드(퀄컴), 에디슨보드(인텔) 등을 만든 업체들은 구글의 인텔 및 ARM 기반 저전력 IoT 기기용 플랫폼 브릴로의 파트너십을 맺은 곳들이라고 지적했다. 각 기기별 디렉토리엔 브릴로 항목을 다루는 제조사를 위한 네트워킹 툴이 최근 추가됐는데, 이는 브릴로의 핵심 중 하나인 네트워킹 기능 '위브(Weave)'를 지원하기 위한요소로 짐작됐다.
[☞참조링크: Google lines up Android for Raspberry Pi 3 - plus several Intel dev boards]
이런 흐름을 종합해 보면 구글은 1년전 반짝 소개에 그친 뒤 업계 주목에서 멀어진 안드로이드 플랫폼 '브릴로(Brillo)'를 확산시키기 위한 물밑 작업을 몇달 이상 지속해 온 상태이며,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라즈베리파이 항목에 관한 지원 역시 그 일환이 될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브릴로는 지난해 구글I/O 컨퍼런스에서 처음 소개됐는데 그 뒤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구글은 그 내용과 관련한 후속 발표를 대대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올해 열린 구글I/O 컨퍼런스에선 브릴로와 관련된 소식이 아예 없었다. 브릴로는 개발자들에게도 초대장을 신청받는 제한적인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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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구글이 지난달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 저장소에 IoT용 단말기 개발 플랫폼으로 업계 관심을 받고 있는 라즈베리파이 기기를 추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구글의 IoT 기기 플랫폼 전략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