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만든 구글, 로봇회사 왜 매각하나

앤디 루빈 떠나면서 표류…사업방향도 갈등

과학입력 :2016/03/18 18:08    수정: 2016/03/19 09:4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알파고로 인공지능 선두주자로 떠오른 구글이 로봇 전문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 시각)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로봇 전문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인간형 로봇 전문업체로 특히 국방부에 전투 로봇도 공급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3년 5억 달러에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현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알파벳 산하 구글X 내에 포함돼 있다.

구글은 최근 자회사 딥마인드사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인공지능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로봇 개발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구글은 왜 보스턴 다이내믹스 매각을 추진하는 걸까?

구글이 구글X 산하에 있는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네 발 로봇. (사진=유튜브)

■ 보스턴 다이내믹스, 2013년 앤디 루빈이 인수 주도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인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구글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손에 넣은 것은 2013년 12월이었다. 당시 거래는 ‘안드로이드 아버지’인 앤디 루빈이 주도했다.

앤디 루빈은 2013년 3월 안드로이드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 로봇 사업을 맡았다. 그 뒤 루빈은 구글 내부에 로봇 사업을 추진할 독립조직인 '레플리칸트(Replicant)'를 만들었다.

이렇게 판을 깐 루빈은 로봇 회사들을 대거 인수했다. 2013년부터 두 해 동안 인수한 로봇 기업이 9개였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그 때 구글 품에 안긴 업체다. 이번에 알파고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딥마인드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은 그 무렵 로봇 전문가들도 300명 가량 영입하면서 속도를 냈다.

앤디 루빈. (사진= 씨넷)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하던 구글의 로봇 사업은 2014년 10월 앤디 루빈이 떠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루빈이 있을 당시 가동됐던 협력 체제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특히 로봇 전위 조직인 레플리칸트 내에서도 조금씩 불협화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임원들이 구글의 다른 로봇 관련 엔지니어들과의 협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 구글은 단기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제품 원해

이렇게 삐걱거리는 덴 로봇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 차이도 있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엔지니어들이 공을 들인 로봇은 지금 당장 시장에 내놓을 제품이 아니었다. 반면 원래부터 구글에 있던 기술자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쪽에 힘을 싣길 원했다.

이런 견해 차이는 갈등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구글 로봇 사업 부문 책임자인 아슨 에드싱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 작업을 하려고 하다가 ‘벽에 부딪치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저가형 네발 전기로봇 개발을 하길 원했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 쪽에선 이런 부분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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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학대 논란을 불러왔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지난 해 12월 로봇 전위조직이던 레플리칸트를 선진 연구그룹인 구글X 산하로 편입시켰다. 그 뒤 구글X를 이끌고 있는 애스트로 텔러는 레플리칸트 직원들에게 구글이 풀기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로봇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엔 다른 분야로 전환배치할 수도 있다고 통보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결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구글X에 제대로 융화되지 못한 셈이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