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한 애플…"아이폰 만능키 안돼"

애플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아이폰 잠금 해제 작업을 도와주라는 법원 명령을 거절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애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팀 쿡은 16일(현지 시각) ‘고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A Message to Our Customers)’란 글을 애플 홈 페이지에 올렸다.

애플 측은 이날 “미국 정부가 고객 안전을 위협하는 전례없는 조치를 취하라는 요구를 해 왔다”면서 “우리는 이 명령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길 원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런 도입문과 함께 팀 쿡의 성명서 전문을 게재했다.

■ "합법적 요구엔 성실하게 협조해왔다"

팀 쿡의 글은 ’보안의 필요성’ 샌 버나디노 사건’ ‘데이터 보안 위협’ ‘위험한 선례’ 등 네 가지 소제목으로 구성돼 있다. 쿡은 글의 서두를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우리 삶의 핵심적인 부분이 됐다”는 말로 열었다.

사람들은 이제 스마트폰에 엄청난 개인 정보를 저장한다. 당연히 그 모든 정보는 해커나 범죄자들로부터 보호될 필요가 있다. 누군가 허락 없이, 혹은 모르는 사이에 그 정보에 접속해서 훔쳐가거나 악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팀 쿡은 “애플은 고객 정보를 보호하는 데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정보 보호 문제에 타협할 경우엔 결국 안전 문제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이 팀 쿡의 논리다. 그렇기 때문에 암호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팀 쿡은 또 애플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던 과정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지난 해 12월 샌버나디노 총기 테러 사건 발생 직후 바로 FBI가 기술 지원 요청을 해 왔다는 것이다.

FBI 측은 먼저 테러 현장에서 잡힌 용의자의 아이폰 속에 있던 데이터를 요구해 왔다고 팀 쿡이 밝혔다. 애플 역시 이 요구에 응해 데이터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애플 기술자들이 FBI에 조언도 했다.

팀 쿡은 “FBI가 우리 손에 있는 걸 요구했을 땐 제공했다”면서 “샌 버나디노 사건에서 그랬던 것처럼 애플은 합법적인 소환과 수색 영장에는 응한다”고 강조했다.

■ "백도어, 한번 만들면 너무 위험"

하지만 팀 쿡은 “현재 미국 정부는 아이폰 백도어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건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만들 경우 너무 위험한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팀 쿡의 설명은 간단하다. FBI가 요구하는 것은 중요한 보안 기능을 우회하는 새로운 아이폰 운영체제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 이 운영체제를 테러 용의자 아이폰에 인스톨하겠다는 것이다.

팀 쿡은 “(FBI가 요구한 운영체제는) 나쁘게 사용될 경우엔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어떤 아이폰도 열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아이폰 만능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 한 대 만을 위한 백도어를 구축하면 간단하지 않냐는 반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디지털 보안의 근본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 이와 더불어 지금 정부가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팀 쿡은 설명했다.

팀 쿡은 “일단 코드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알려지게 되면 그런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암호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는 한 단 번만 사용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일단 만들어지면 그 기술은 계속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민주주의 준중하고 미국 사랑하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

팀 쿡은 ‘위험한 선례’가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현재 FBI는 의회에 합법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대신 1789년 ‘모든 영장법’을 통해 공권력 행사 확대를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팀 쿡은 “정부가 아이폰 잠금 해제를 좀 더 수월하게 하는 데 ’모든 영장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다른 어떤 장비에도 도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애플로 하여금 고객의 메시지를 가로채고 건강 기록이나 금융 정보 같은 것들에 접속할 수 있는 감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란 게 팀 쿡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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