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2월 캘리포니아 샌버나디오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 용의자로 밝혀진 무슬림 부부 중 남편인 사이드 파룩이 사용한 아이폰에 걸린 잠금장치를 연방수사국(FBI)가 풀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연방 법원의 명령을 거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공개서한을 통해 FBI에 협력하게 되면 아이폰 사용자들의 보안을 약화시킬 수 있고, 향후 정부 감시에 전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반대 명분으로 내걸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며칠안에 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FBI는 사이드 파룩과 그의 아내가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직접 총격을 계획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파룩이 사용한 아이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파룩이 쓴 아이폰은 2013년 나온 아이폰5c다. 비밀코드가 걸려 열어볼 수가 없다.
FBI는 애플이 아이폰 비밀코드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폰은 부정확한 비밀코드가 10번 입력되면, 내부에 저장된 모든 데이터가 사라진다. 모든 아이폰에 표준으로 제공되는 기능이다. FBI는 숫제 제한 없이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도록 애플이 협조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용량 컴퓨터로 정확한 것을 맞출 때까지 다양한 비빌번호 조합을 입력해야 하는데, 숫자 제한 때문에 시도를 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FBI는 또 이번 요구는 한번 뿐이고, 모든 이들의 아이폰이 아니라 파룩이 쓴 아이폰에만 접근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법원 판결을 수용할 경우 애플은 FBI가 파룩이 사용한 아이폰에 접근할 수 있는 iOS 소프트웨어 버전을 만들어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이 소프트웨어는 잠재적으로 다른 사람 아이폰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잠금장치를 풀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사용자 보호를 위해 아이폰에 강력한 암호화를 구현한 애플 개발자들이 역설적이게도 사용자 보안을 약화시키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법원 판결에 대해 애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관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번 길을 터주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다는 얘기다.
애플은 FBI가 만들어 줬으면 하는 소프트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기술자들은 개발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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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도움없이 FBI가 직접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아이폰은 iOS에서만 돌아간다. 아이폰이 iOS를 인식하려면 애플이 암호키로 서명을 해줘야 한다. FBI가 새 iOS를 개발한다고 해도 애플 서명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파룩이 가입한 이동통신 서비스이 회사인 버라이즌이나 앱 개발자들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일부 데이터는 애플 도움없이는 접근이 봉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