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기업의 본고장인 캘리포니아주 하원에서 기기 제조 업체나 운영체제(OS) 업체가 해독할 수 없는 암호화 기술을 탑재한 기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통과될지는 불확실하지만 뉴욕주에 이어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스마트폰 암호화 기술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의회 차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하원의 짐 쿠퍼 의원은 지난달 2017년 1월부터 제조 업체나 운영체제가 업체가 풀수 없는 암호화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지역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암호를 풀 수 업는 스마트폰을 판매하면 벌금 2천500달러가 매겨진다.
법안이 통과되려면 주 하원은 물론 상원도 통과해야 한다. 지디넷은 법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애플은 그동안 사용자가 설정한 비밀번호를 우회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있는 데이터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혀왔다. 정부 기관이 영장을 갖고 와도 애플은 어쩔 수 없는 암호화 기술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적용됐다는 것이다. 구글도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애플과 유사한 암호화 기술을 도입했다. 그러나 구형 안드로이드OS 기반 기기에선 여전히 사용자 데이터를 넘겨주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캘리포니아주에 앞서 뉴욕주 상원에서도 지난주 암호화된 기기를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뉴욕주 상원 웹사이트에선 해당 지역 주민들도 법안에 대해 찬반을 표시할 수 있는 버튼을 제공하고 있다. 상원 의원이 투표를 할때 주민들의 의견도 대시보드를 통해 볼 수 있다.
지난해 파리 테러 이후 각국 정보 기관들은 암호화된 메시지 때문에 테러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호소를 대량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암호화된 정보라도 해도 필요하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보기관들의 요구는 프라이버시 옹호론자들과 IT기업들의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다. 얻는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게 반대 명분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를 지지하면서 프리이버시와 국가 안보는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암호화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네덜란드 정부는 IT회사들에게 암호화된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칫 시민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암호화된 메시지에 대한 정부 접근을 허용하게 되면 범죄자나 스파이들, 또는 해외 정보기관들이 디지털 시스템을 취약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네덜란드 정부 관계자는 "정보 보안과 ICT 시스템 완결성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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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를 겪은 프랑스 정부의 행보도 주목을 끈다. 여론을 감안해 규제 강화에 나설만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암호화된 시스템에 이를 우회할 수 있는 기술인 '백도어'(Backdoor)를 심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디넷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정부는 암호화를 우회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을 포함한 디지털 리퍼블릭법 개정안을 거부했다. 법안의 의도는 좋지만 백도어가 있으면 개인 데이터를 제대로 보호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프랑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백도어를 심으면 기업들에게 미치는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나쁜 의도를 가진 이들에게도 악용될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네트워는 장비 및 보안 업체인 주니퍼네트웍스는 백도어 논란에 휩싸이면서 곤욕을 치렀다. 주니퍼네트웍스가 제공하는 보안 제품에 탑재된 일부 운영체제(OS)에 백도어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배후가 누구냐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이 배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