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지난해 이동통신 3사에 병도 주고 약도 준 것으로 나타났다. 3사 모두 매출이 역성장한 게 병(病)이고, 보조금 경쟁이 줄어들면서 그나마 마케팅 비용을 대폭 절약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약(藥)이다.
수익성은 개선됐으나 성장성을 회복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이통 3사는 기존 사업 외에 데이터, IPTV와 사물인터넷(IoT) 등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3사 합쳐 마케팅비 9천억원 절감
보조금 집행이 제한 되면서 3사의 마케팅 비용이 적잖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KT의 경우 지난해 2조8천132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해 2014년 3조1천528억원 대비 10.8%를 아꼈다. LG유플러스도 2조962억원에서 1조9천987억원으로 4.7% 줄었다. SK텔레콤은 3조5천730억원에서 3조550억원으로 14.5%나 절약했다.
이처럼 3사 공히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것은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경쟁이 제한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사가 줄인 마케팅 비용은 약 9천억원대에 이른다.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면서 수익구조도 개선됐다. KT는 마케팅 비용과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인건비 절감 영향으로 흑자전환했고,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7% 늘어났다.
다만 SKT는 특별퇴직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와 자회사 사업 활동 확대에 따른 일시적 비용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하락했다.
■선택약정 요금할인으로 매출 역성장
단말기 보조금 대신 선택할 수 있도록 한 '20% 선택약정 요금할인제'는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요금제에 가입한 가입자의 경우 매달 요금이 20% 할인되고 이통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조금 액수가 줄어들면서 보조금 대신 이 요금제를 선택한 이용자가 빠르게 늘면서 이동통신 3사 모두 전년대비 매출이 줄어들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전체 가입자 가운데 선택약정 요금할인제 비중이 25%인데, 매출도 전년대비 1.9% 줄어들었다. KT는 이 비중이 15.1%, 매출은 0.1% 하락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도 지난해 매출이 0.2% 깎였다.
최근 이통 3사가 중저가 단말기 공급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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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단말기 사용자의 경우 단말 가격에 비해 보조금이 적기 때문에 '20% 선택약정 요금할인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데 반해 중저가 단말기의 경우 적은 보조금에도 단말기를 거의 공짜로 취할 수 있어 이 요금제보다 보조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미래부 자료에 따르면, 신규 단말기 구매 가입자 중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비중은 3사 평균 21.7%로 조사됐다.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보조금 대신 20% 선택 약정할인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단숨에 500만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