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수요에도 없어서 못 파는 車들

쌍용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와 한국GM의 준대형 세단 '임팔라'가 꾸준한 인기에도 공급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티볼리는 이달 계약해도 차 키를 손에 건네받기까지 약 1개월 이상 소요된다. 임팔라는 내년 3월께나 가능하다. 양사는 물량 확대로 공급 차질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이 녹록치 만은 않다.

■쌍용차 "조립라인 보완 통해 생산 확대"

티볼리는 올해 쌍용차의 대표 효자 차종으로 떠올랐다. 올 초 가솔린 모델의 돌풍에 이어 하반기 디젤 모델이 투입되면서 판매량이 고공 행진을 기록 중이다. 경쟁 차종인 르노삼성 QM3의 월간 판매량 격차도 3천대 이상 벌렸다.

특히 10월에는 국내 시장에서만 5천237대가 팔려 쌍용차 창사 이래 첫 내수판매 5천대를 돌파한 모델이 됐다. 지난달에도 4천924대가 판매돼 호조세를 이어갔다. 11월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3천9천809대로 이달 내 4만대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2년 렉스턴(4만3천134대) 이후 13년 만에 첫 4만대 판매차종 탄생도 시간 문제다.

티볼리의 활약에 힘입어 쌍용차의 지난달 내수 전체 판매량은 9천62대를 기록, 전년동월 대비 56.1% 증가했다. 다만 12년 만에 월간 1만대 판매 고지를 넘어섰던 전달(1만8대) 대비로는 9.5% 줄었다. 티볼리가 물량 부족으로 3개월 만에 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공급난의 원인은 전달보다 모자른 생산일수와 특근 감소에 따른 것이다. 쌍용차는 현재 평택공장 조립1라인에서 티볼리를 월 평균 6천여대 생산하고 있다. 주야 2교대는 물론 주말 특근까지 풀가동하며 물량에 대응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잡기 벅찬 상태다. 이 라인에서는 코란도C도 함께 생산된다. 현재까지 티볼리의 잔여계약 물량은 4천여대다.

쌍용차는 코란도 투리스모와 체어맨을 만드는 평택공장 조립2라인에 티볼리를 혼류 생산하기 위해 보완 공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부분 공사인 만큼, 완료되더라도 큰 폭의 증산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지난달 출고 물량 감소는 전월 대비 하루 모자른 생산일수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 마지막 개소세 혜택을 받기 위해 수요가 평상시보다 더 몰리고 있다"면서 "빠른 차량 인도를 위해 조립라인 보완공사 외에도 생산량 확대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티볼리의 올해 연간 글로벌 판매목표는 무난히 달성될 전망이다. 쌍용차는 출시 당시 3만8천500대였던 연간 판매 목표를 지난 5월 6만대로 올려 잡았다. 티볼리는 이미 지난 11월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5만6천813대가 팔려나갔다.

쌍용차는 내년 1분기 적재공간을 늘린 티볼리 롱바디 모델을 선보이고 올해 판매 돌풍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국GM, 국내 생산방안 놓고 고심

국내 준대형세단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임팔라는 초반 돌풍에 비해 지난달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임팔라는 지난 11월 839대가 팔려 전월(1천499대) 대비 판매량이 44.0% 감소했다. 출시 후 본격적으로 판매량이 집계된 지난 9월(1천634대) 대비로는 반토막이 났다. 대기물량은 1만여대를 넘을 정도로 인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해당 모델이 전량 수입되고 있어 공급난 해소가 여의치 않다.

임팔라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고 GM(제너럴모터스)의 미국 디트로이트 햄트리믹 공장에서 전량 생산돼 공급된다. 월 평균 선적량은 1천500여대 수준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임팔라 선적선이 예기치 않은 기상 악화로 회항하면서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이 대폭 줄어들어 출고 대수가 감소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이달에는 공급물량이 정상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지난달 들어오지 못했던 물량까지 합해 차량 인도가 이뤄지면 월간 최대 판매실적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우선 미국 현지에서 들여오는 물량을 확대해 임팔라 공급난에 대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미국에서 생산된 물량을 수입하는 현 체제로는 국내 공급난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임팔라의 경우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월 8천여대가 팔려나가며 인기가 높아 물량을 급격히 늘려 배정받기가 힘든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국GM은 국내 부평공장 생산도 검토 중이지만 이마저도 당장 결정하기는 여의치 않다. 내년 초 기아차 K7 등 경쟁사들의 신모델이 예정돼 있어 현재와 같은 수요가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생산 라인을 깔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점도 부담스럽다.

업계 관계자는 "임팔라의 신차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이라는 카드를 한국GM이 섣불리 꺼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반 흥행 EQ900, 공급난 예고

초반 흥행이 거센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EQ900'의 경우도 공급난이 예상되고 있다. 전날 출시된 EQ900의 사전계약 물량은 최종적으로 1만2천700대로 집계됐다. 국산 플래그십 세단 가운데 신차가 출시되기 전 사전계약 물량이 1만대를 넘어서는 건 EQ900가 처음이다.

기대 이상의 계약 폭주는 반길 일이지만 현재 설비체제로는 물량을 맞추기가 빠듯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럭셔리세단 시장에 출사표를 내놓은 차종인 만큼, 품질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EQ900는 고급차 생산에 특화된 설비가 구축된 울산 5공장에서 만들어진다.

EQ900가 생산되는 조립라인을 풀가동해도 월 3~4천대가 한계다. 같은 라인에서는 제네시스와 제네시스 쿠페가 혼류 생산된다. 쿠페의 경우 출고량이 많지 않아 큰 영향은 없지만, 제네시스는 올 들어서도 월평균 3천여대가 팔려나간다. 당장 EQ900를 계약한 후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약 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Q900가 글로벌 프리미엄세단을 표방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데뷔작인 만큼 품질 경영을 위해 당장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것은 섣불리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출고 대기가 길어지는 모델들이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이탈 고객에 대해서는 시각이 다르다. 이 관계자는 "최고급 세단인 EQ900의 수요층을 감안하면 출고 대기기간으로 인한 이탈 수요는 다른 차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등도 차량을 건네받는데 3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물량 폭주로 인한 대기 기간은 예상되지만, 대량 생산되는 모델이 아닌 만큼 출시 초반만 넘기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