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사운(社運)을 걸고 글로벌 프리미엄자동차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데뷔작이자 최상위 차종인 'EQ900(해외명 G90)'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특히 EQ900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개발 전 과정을 직접 챙기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인 야심작이다.
현대차그룹은 9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회사 주요 관계자와 황교안 국무총리 등 정·관계 인사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EQ900의 공식 출시 행사를 열었다.
이날 정몽구 회장은 직접 행사를 주재하며 "'EQ900'는 세계 시장을 목표로 야심차게 개발한 최첨단 프리미엄 세단"이라며 "그동안 축적해 우리의 모든 기술력을 집약하고 최고의 성능과 품질 관리로 탄생시킨 EQ900는 세계 최고급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직접 신차 발표회를 주재한 것은 2013년 11월 2세대 제네시스 출시 이후 처음이다. 정 회장의 이날 행사 참석은 EQ900에 대한 큰 기대치를 반증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 회장은 그동안 제네시스는 물론 신형 에쿠스, K9 등 현대·기아차의 플래그십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직접 차량을 소개하며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이번 행사를 정 회장이 직접 주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가성비 좋은 대중차 브랜드에서 탈피, 전 세계 시장에서 프리미엄 명차로 자리잡기 위해 모든 기술적 역량을 쏟아부은 신차인 만큼, 그룹 총수가 직접 홍보에 나선 셈이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차그룹은 이번 신차 출시를 계기로 브랜드 가치를 혁신적으로 높이고, 최첨단 기술을 확보해 미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날 또 품질경영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더욱 우수한 품질로 고객 성원에 보답하고 국내 투자와 고용을 지속 확대해 국가경제 발전에도 공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이번 EQ900 출시를 앞두고 올 7~9월 EQ900 차량을 시승하고 품질을 점검하기 위해 남양연구소를 열 차례 이상 방문하며 사소한 부분까지도 점검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등 품질 점검에 만전을 기해왔다.
이날 출시 행사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들이 총출동해 신차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정 회장이 정 부회장과 함께 행사에 나온 것 역시 2세대 제네시스 이후 처음이다. 이날 정 회장은 5시 20분께 행사장에 도착해 정의선 부회장, 김용환 부회장, 양웅철 부회장, 설영흥 고문, 김충호 사장 등 핵심 경영진들과 함께 외빈을 맞이했다. 정 회장은 이날 역시 특유의 여유있는 표정으로 EQ900을 소개하고 담소를 나눴다. 다만 EQ900을 첫 선보이는 자리인 만큼, 양쪽 볼에 홍조를 띤 채 다소 상기된 표정은 다른 날과는 사뭇 달랐다.
■EQ900에도 MK효과 나올까
이날 첫 공개된 EQ900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럭셔리 세단 개발'을 목표로 지난 2012년부터 프로젝트명 'HI'로 개발에 착수, 4년여의 기간 동안 설계부터 양산까지 1천200여명의 전담 연구원이 투입돼 완성한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상위 차종이다.
특히 EQ900에는 현대차의 최신 기술력이 모두 담겼다. 자율주행차 전초 단계인 '고속도로 주행지원(HDA)' 시스템이 국내 양산차 최초로 적용돼 고속도로에서는 핸들과 페달의 조작 없이도 주행이 가능하다. 기존 후측방 경보 시스템 성능을 향상시킨 후측방 추돌회피 지원 시스템도 국산차 최초로 적용했고 세계 최초로 운전석에는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을 탑재하는 등 첨단기술로 중무장했다.
이날 국내 출시에 이어 시작으로 내년 중 미국, 중동 등 글로벌 주요 지역 및 국가에 EQ900를 잇달아 선보이며 글로벌 고급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EQ900의 디자인과 주행 성능, 첨단 기술 적용 등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경쟁상대로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신형 7시리즈, 아우디 A8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직접 지목했다.
회사 측이 세운 제네시스 EQ900의 월간 판매 목표는 1천500여대 수준이다. 본격 투입되는 내년도 연간 판매 목표는 최소 1만5천여대에서 최대 3만여대까지 잡았다. 이전 모델 에쿠스의 지난해 판매량이 8천500여대, 올해 11월 현재 4천600여대인 점을 감안하면 대폭 상향한 목표치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제네시스의 최상위 전략차종으로서 전 세계 유수의 고급차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 등 국내외 곳곳에서 철저한 성능 검증을 통해 EQ900의 완성도를 극대화 했다"며 "최첨단 자동차 기술력을 집약시킨 EQ900'는 전세계 시장에 초대형 럭셔리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고객들에게는 최상의 가치를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이날 총수가 행사를 주재한 이른바 '정 회장 효과'가 판매량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정 회장이 행사에 참석한 플래그십 차량은 거의 모두 판매실적이 확대됐다.
1세대 제네시스는 출시 첫 해인 2008년 2만7천614대가 팔렸고, 2009년에는 3만1천178대로 뛰어올랐다. 2세대 모델이 본격 투입된 지난해 내수판매는 3만6천711대, 수출 3만5천312대를 기록했다. 1세대 모델이 주도했던 2013년까지는 내수와 수출을 합친 연간 총 누적 판매량이 3만8천~4만6천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7만2천23대로 수직상승 한 셈이다.
2세대 모델은 올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내수와 수출을 합쳐 총 6만4천941대가 팔려나갔다. 한 달 평균 판매량이 6천500여대로 현 추세라면 올해 연간 판매량이 7만8천대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8%이상 성장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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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에쿠스 역시 출시 첫 해인 2009년 1만5천738대가 판매돼 전년 1세대 에쿠스 판매량(5천394대) 보다 3배가량 판매가 늘었다.
이날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 이미 '정몽구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달 23일 사전계약에 들어간 EQ900의 예약 물량은 1만700여대다. 국산 플래그십 세단 가운데 신차가 출시되기 전 사전계약 물량이 1만대를 넘어서는 건 EQ900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