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 타는 車' 대형세단 경쟁 '후끈'

EQ900, 9일 출격...S클래스, 7시리즈 등과 '격돌'

카테크입력 :2015/12/04 14:25    수정: 2015/12/04 16:39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의 첫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데뷔작이자 최상위 차종인 'EQ900(해외명 G90)'가 다음주 출격을 예고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렉서스 LS 등과 대형세단 시장을 놓고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예상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통상 기업들의 임원 정기인사가 몰려있는 연말·연초 '인사시즌'에는 법인판매 비중이 높은 대형 세단들의 판매량이 늘어난다. EQ900의 출시 일정이 오는 9일로 잡힌 것도 법인차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과 연초에는 주요 그룹들의 임원인사가 몰려 있어 신규 임원을 위한 법인차 수요가 늘어난다"며 "일반적으로 연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법인차 시장의 성수기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국내 법인차 시장은 2011년 30여만대에서 지난해 약 37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는 주요 기업들이 경기 침체와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임원승진 인사 폭을 줄이고 있어 수요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자동차업체들 입장에서는 법인차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꾀할 수 있는 만큼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삼성그룹은 이날 임원인사를 통해 294명의 새로운 임원을 배출했다. 앞서 LG그룹도 지난달 26~27일 이틀에 걸쳐 임원인사를 단행, 총 120여명이 새롭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 역시 이달 내 연말 정기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업별로 차량 지급 기준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통상 상무급은 3천㏄ 이하 준대형을 고를 수 있다. 전무급은 3천500㏄ 이하, 부사장급은 4천㏄ 이하 대형세단을 지급받고 사장급은 5천㏄ 이하 플래그십 세단을 제공받는다. 개인이 추가비용을 부담하면 회사가 제공하는 모델보다 상위차종을 탈 수도 있다. 부회장 이상은 S클래스, 7시리즈 등 수입차도 업무용 차량으로 선택 가능하다.

EQ900 전측면 렌더링 이미지(사진=현대차)

■정몽구 힘 싣는 'EQ900'...通할까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함(旗艦) 'EQ900'의 초반 흥행은 순조롭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이름을 달고 가장 먼저 내놓는 EQ900의 첫날 예약 판매량은 이전 에쿠스(1천180대)의 네 배에 육박했다. 2세대 제네시스보다는 1천대가량 많은 수준이다.

제네시스 EQ900는 지난달 23일 사전계약을 실시한 지 하루 만에 4천342대가 예약 판매됐다. EQ900가 고가의 국내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임을 감안할 경우 믿기 힘든 정도의 엄청난 수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게다가 아직 실차의 모습은 물론 가격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첫 주 기준으로는 총 7천200대가 계약됐고, 지난 2일까지 누적 계약대수는 8천405대다. 올해 에쿠스 누적판매량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볼륨 모델이 아닌 플래그십 세단으로서의 사전계약 추이로는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2세대 제네시스의 경우 첫날 실적(3천331대)를 기록한 후 약 일주일간 6천여대의 사전계약 물량을 기록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EQ900의 초반 흥행은 성공적인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EQ900의 사전계약 실적은 기대했던 수준 이상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전계약 물량 중 법인차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회사 측은 EQ900의 월간 판매 목표를 1천500여대 수준으로 잡고 있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올해 월평균 약 900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아직 EQ900의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전작인 에쿠스보다 약 500만~600만원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모델별로 7천만원 초반대에서 1억2천만원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예상한 가격대라면 법인시장에서 EQ900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법인차 수요는 렌트카 업체 등 공급을 담당하는 회사가 제시하는 차량 가격이 큰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EQ900의 가격은 동급 다른 모델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게다가 자율주행차 전초 단계인 '고속도로 주행지원(HDA)' 시스템이 국내 양산차 최초로 적용되는 등 각종 첨단 사양들이 탑재돼 가성비도 갖췄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직접 진두지휘한 점을 감안하면 별도 요청이 없더라도 신규 임원 중 상당수가 EQ900로 관용차를 갈아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 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매우 높다.

EQ900 내장 렌더링 이미지(사진=현대차)

EQ900는 동적인 우아함이 돋보이는 외관 디자인과 인간과 자연, 장인정신이 공존하는 인테리어를 중점 방향으로 4년간 1천200여명의 전담 연구진이 투입된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고급 플래그십 후륜구동 세단으로 개발됐다. HDA 시스템을 적용해 고속도로에서는 핸들과 페달의 조작 없이도 주행이 가능하다. 기존 후측방 경보 시스템 성능을 향상시킨 후측방 추돌회피 지원 시스템도 국산차 최초로 적용했고 세계 최초로 운전석에는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을 탑재하는 등 첨단기술로 중무장했다.

또 기존 에쿠스 모델에 없던 3.3L 터보 엔진을 추가하고 기존 3.8L 및 5.0L 엔진의 성능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 선택 폭도 넓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최근 업무용 차량을 기존 에쿠스에서 2세대 제네시스로 교체하면서 제네시스 브랜드와 EQ900의 홍보를 위한 측면 지원에 나섰다.

정 회장은 지난달 19일 전경련회장단 회의에 참석하면서 제네시스를 이용했다. 2세대 제네시스는 2013년 11월 출시됐으며 내년 상반기 상품성 개선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차명 역시 'G80'으로 변경된다. 정 회장은 기아차가 2012년 5월 K9을 출시했을 때는 업무용 차량을 K9으로 바꿔 탔고 2013년 말 2세대 제네시스가 나온 뒤에는 제네시스와 에쿠스, K9을 번갈아가며 애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만드는 그룹의 총수가 이런 차를 탄다'는 것 자체가 그 차의 평판과 신뢰를 높여준다"며 "정 회장이 업무용 차량을 2세대 제네시스로 변경하면서 EQ900의 지원 사격에 본격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EQ900가 나오기 직전까지 해당 차량의 개발 과정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올 7~9월 EQ900 차량을 직접 시승하고 품질을 점검하기 위해 남양연구소를 10차례 이상 방문했다. EQ900 신차발표회 역시 정 회장이 직접 주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강자 'S클래스', 절치부심 '신형 7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모델인 S클래스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으로 대한민국 CEO들의 '애마'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어왔다.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허창수 GS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도 S클래스를 애용한다. 삼성 최지성 부회장이나 권오현 부회장 등도 S클래스를 업무용차량으로 쓰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시장에서 지난 11월까지 S클래스는 9천458대(마이바흐 포함, 쿠페 제외)가 팔려나갔다. 타사 경쟁 차종보다 6배가량 월등히 높은 판매량이다. 이 중 법인판매 비중은 전체 판매의 약 80%에 달한다. 지난해 S클래스의 법인판매 비중도 비슷한 수준이다.

S클래스(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5세대 이후 8년 만에 출체인지(완전변경)돼 2013년 선보인 6세대 S클래스는 '역대 최고'라는 라는 찬사와 함께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높은 판매고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부터 그룹 내 럭셔리카 브랜드 '마이바흐'를 S클래스로 편입한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최첨단 주행보조 시스템인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등 신기술 적용은 물론 벤츠의 정통성과 감성이 녹아있는 디자인과 내부 인테리어 등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가격은 1억2천800만~2억8천960만원이다.

최근에는 사륜구동 모델인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500 4매틱'을 새롭게 추가하고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 차량을 포함해 S클래스는 총 13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BMW 뉴 7시리즈(사진=지디넷코리아)

BMW도 지난 10월 '드라이빙 럭셔리'를 표방하며 신형 7시리즈를 내놓고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그동안 S클래스의 라이벌로 불려왔지만 정작 국내시장 판매량에서는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출발은 순조롭다. 신형 모델이 투입된 10월에 269대가 팔려 올 들어 월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고 지난달에도 월 평균 판매량을 웃돌며 선전했다. 7시리즈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1천645대가 판매됐다.

7년 만에 선보인 6세대 풀체인지 모델인 신형 7시리즈에는 BMW의 최신 기술력이 담겼다. 운전대의 핸들 모양 버튼을 누르면 차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주행하는 차선유지 어시스턴트 기능이 탑재됐다. 이 기능은 전방 및 측방에 스테레오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활용해 도로 경계를 표시할 수 있고, 시속 70km/h 이상의 속도에서 핸들에 손을 떼고도 약 15초간 차선을 따라 안전하게 주행시킬 수 있다.

내년 초부터는 운전자 없이도 디스플레이 키를 통해 무인주차를 할 수 있는 '리모트 컨트롤 파킹' 기능도 추가된다.

BMW 뉴 7시리즈에는 기존 대형 세단에 없는 각종 편의 사양들이 장착됐다(사진=지디넷코리아)

또 이 차량에는 iDrive 조작 시스템 모니터에 최초로 터치 패널 스크린이 적용됐다. 운전자가 콘트롤러를 이용해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고 음성인식 및 제스쳐 컨트롤(동작인식제어)이 가능하다. 신형 7시리즈에 최초로 도입된 제스처 컨트롤 기능을 활용하면 직접 스위치나 컨트롤러에 손을 대지 않고도 손동작 한 번으로 오디오 음량 조절, 착신 전화 수신 등이 가능하다.

이밖에 삼성전자 태블릿 PC를 활용한 터치 커맨드 시스템, 수평 탑 뷰, 3D 뷰 기능등이 지원되는 서라운드 뷰 시스템 등이 탑재도 편의성도 강화됐다.

실내에는 야간에 1만5000개의 조명을 비추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스카이 라운지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적용됐고, 최고급형 750Li xDrive 프레스티지 모델에는 뒷좌석 공간을 비행기의 1등석에 준하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등을 채용해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했다. 가격은 1억3천130만~1억9천200만원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출고 대기 고객이 1천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기아차 신형 K7(사진=기아차)

상무·전무급 신규 임원을 대상으로 한 법인차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내달 초 준대형세단 '신형 K7'을 선보이고 상무·전무급 신규 임원을 대상으로 한 법인차 경쟁에 뛰어든다. 신형 K7은 2009년 출시 후 7년 만에 선보이는 2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다.

수입 물량이 모자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GM의 임팔라도 연말 법인차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그동안 법인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만큼, 올해는 법인 영업을 하고 있는 본사 직영 특판팀이 이미 임팔라 낙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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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고가에 형성돼 있는 대형세단은 대당 판매마진이 높아 수익성 개선은 물론, 하위차종인 중·저가 볼륨모델의 판매에도 파급 효과가 크다"며 "특히 법인차량으로 선택되면 외부에 비치는 이미지 제고 효과도 커 해마다 인사시즌이면 임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업체간 경쟁이 가열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각사의 5천cc급 플래그십 세단의 경우 법인 수요가 개인 수요를 웃돌고 있어 법인차 시장 판매가 향후 전체 판매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쉐보레 임팔라 주행(사진=한국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