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릭슨 '특허 우회공세'에 당했나

영국서 언와이어드에 패소…에릭슨 배후설

홈&모바일입력 :2015/11/25 09:00    수정: 2015/11/25 14:5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삼성이 크로스라이선스 협약을 맺었던 에릭슨 특허에 역습을 당했다.

영국 웨일즈 고등법원이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언와이어드플래닛의 무선 통신관련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결했다고 블룸버그, 포스페이턴츠 등 주요 외신들이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언와이드 플래닛은 구글도 함께 제소했지만 재판 직전 법정 밖 화해로 마무리했다.

■ 에릭슨이 삼성과 협약 전 매각한 특허가 대상

이번에 삼성 등이 침해 판결을 받은 것은 ‘무선 통신 네트워크 방법과 배열’에 관한 특허권이다.

당초 이 특허권은 에릭슨이 보유하던 것. 하지만 에릭슨은 지난 2013년 특허 전문 기업은 언와이어드 플래닛에 매각했다. 이후 에릭슨은 2014년 1월 삼성과 크로스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하면서 특허 분쟁을 마무리했다.

에릭슨 특허를 매입한 언와이어드 플래닛은 지난 2014년 3월 삼성, 구글을 비롯해 화웨이, HTC 등을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삼성이 침해한 것으로 판결된 언와이어드 플래닛의 특허권 개념도. (사진=유럽특허청)

블룸버그에 따르면 언와이어드 플래닛은 직원 16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2천개 이상의 특허권이 유일한 자산이다. 이 특허권은 대부분 지난 2013년 에릭슨으로부터 매입한 것들이다.

웨일즈 고등법원의 콜린 버스 판사는 이날 “언와이어드 플래닛의 특허는 4G 통신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면서 “LTE 표준에 맞춰서 구동되는 무선 통신망들은 언와이어드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판결 직후 언와이어드 측은 “우리 특허권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은 “언와이어드 플래닛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면서 “우리 제품이 수 십년에 걸친 연구개발 토대 위에 만들어진 것이란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 포스페이턴츠 "에릭슨이 특허 해적행위" 비판

이번 소송으로 삼성은 당장 영국에서 배상을 해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 삼성과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을 체결한 에릭슨이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릭슨은 삼성과 지난 해 초 특허 상호 공유협약을 체결한 사이.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공방을 벌일 이유가 없다.

언와이어드 플래닛의 홈페이지. 특허권 관련 내용 외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다. (사진=언와이어드 플래닛)

하지만 이번 소송을 제기한 언와이어드 플래닛과 에릭슨이 깊은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소송의 원천이 된 특허권들은 에릭슨이 삼성과 특허 공유 협약을 맺기 한 해 전에 매각한 것들이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에릭슨과 언와이어드 플래닛간 거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본 결과 특허권 위장 판매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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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슨이 ‘특허 해적행위(patent privateering)'를 하고 있다는 것이 포스페이턴츠의 분석이다.

최근 미국 법률 전문가들은 주요 IT업체들이 ‘특허 해적행위’를 통해 특허 괴물들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런 행위들이 궁극적으로는 IT산업의 혁신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