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바꾼 애플, 삼성에 한방…"특허 사용금지"

항소법원, 밀어서 잠금해제 등 침해 기술 제거 명령

홈&모바일입력 :2015/09/18 10:11    수정: 2016/01/06 08:3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전략을 바꾼 애플이 결국 삼성 제품에 재갈을 물리는 데 성공했다. ‘밀어서 잠금 해제’를 비롯한 애플 특허 기술 세 건에 대한 사용 금지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17일(현지 시각) 삼성 스마트폰에 ‘밀어서 잠금 해제’와 ‘단어 자동완성’ ‘데이터 태핑’ 기능 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항소법원은 “(특허 기술 사용금지가 아닌) 다른 판결을 할 경우 특정 기능을 발명한 사람의 특허권을 소멸시키는 처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해 5월 1심 판결이 나온 삼성과 애플 간의 2차 특허 소송과 관련된 것이다. 지난 5월 삼성 배상금을 절반으로 경감한 항소심 판결이 나온 1차 소송과는 별개 사안이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 항소심이 열리는 연방항소법원. (사진=연방항소법원)

■ 데이터 태핑 등 특허 세 건이 쟁점

갤럭시 초기 모델을 놓고 공방을 벌였던 1차 소송과 달리 2차 소송은 갤럭시S3까지 소송 대상이었다. 2차 소송에서 삼성은 애플 특허권 3개를 침해한 사실이 인정돼 1억1천900만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다.

2차 소송에서 쟁점이 된 특허권은 ▲데이터 태핑(647)▲단어 자동완성(172)▲밀어서 잠금 해제(721) 등 크게 세 가지였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일종의 ‘퀵 링크’ 기능인 647 특허권이었다. 647 특허는 특정 데이터를 누르면 관련 앱이나 창을 띄어주는 연결 동작을 위한 시스템 관련 기술이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에서 이메일에 있는 전화번호를 누르면 곧바로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이 기술 때문이다.

애플의 데이터 태핑 특허권 개념도. (사진=미국 특허청)

2차 소송 1심에선 특히 애플 647 특허권의 적용 범위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애플은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은 행위는 같지만 구현 방식은 다르다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즉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를 연결해주는 기술이 어디서 구현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삼성 쪽 주장의 핵심이었다. 1심 배심원들은 애플 쪽 주장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루시 고 판사 역시 배심원 평결을 그대로 수용했다. 하지만 루시 고는 “특허 침해한 삼성 제품을 판매금지해 달라”는 애플 요구는 기각했다.

그러자 애플은 곧바로 판매금지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이번 판결은 2차 소송 중 판매금지 기각 부분에 대한 애플 항소와 관련된 것이다.

■ 애플, 제품 판금 대신 특허기술 금지로 입장 바꿔

그렇다면 항소법원은 왜 1심 판결을 뒤집었을까? 이 부분과 관련해선 애플의 전략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심 당시 애플은 ‘특허 침해 제품 판매금지’를 요구했다. 당연히 1심 재판부는 좀 더 엄밀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법원이 시장에 개입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1심 당시 루시 고 판사는 ‘인위적 퇴출’이나 다름 없는 판매금지 명령을 내리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특허 침해 제품을 방치할 경우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예상되며 ▲이 피해와 특허 침해 간에 강한 인과관계(casual nexus)가 있어야 한다는 것. 물론 이 인과관계는 판매금지 신청한 원고 측이 입증해야 한다.

갤럭시S3

그런데 애플은 이 부분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루시 고 판사의 판단이었다.

애플은 판매금지 부분에 대해 항소하면서 전략을 바꿨다. 제품 전체에 대한 판매금지 대신 특허 침해된 기술 사용 금지 쪽으로 범위를 좁힌 것. 항소법원에서 특허 침해 기술 사용 금지 명령을 한 것은 애플의 전략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애플 입장에선 전략의 승리였던 셈이다.

■ 갤S3까지 대상…직접 영향은 적을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이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긴 힘들 전망이다. 대상 제품 자체가 더 이상 유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 간 2차 특허 소송은 2011년 이후 출시된 제품이 대상이다. 갤럭시S2와 갤럭시 넥서스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최신 제품이라고 해봐야 갤럭시S3다. 따라서 삼성 입장에선 직접적인 영향을 받진 않을 전망이다.

삼성이 해당 특허 기술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3월 항소법원에 “데이터 태핑 기술만이 한 모델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 절차상으로도 당장 영향을 미치긴 힘들다. 판결 직후 삼성이 곧바로 항소법원에 전원재판부 재심리를 요구한 때문이다. 삼성은 전원재판부 재심리를 요구하면서 이번 결정이 2대 1로 의견이 갈린 부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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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에 띄는 점은 항소법원장인 샤론 프로스트 판사가 삼성 제품에 애플 특허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결정에 반대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항소법원이 삼성 요청을 받아들여 전원합의부 재심리를 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럴 경우 ‘특허 침해 기술 사용 금지’ 문제를 놓고 항소법원에서 또 한 차례 더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